Page 20 - 대한사랑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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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음을 말하는 것이다. 하나 속에 셋이 유기적으로 종합되어 있는 ‘집일함삼(執一
含三)’의 철학을 엿볼 수 있으며, 한민족 문화정신의 우수성을 느낄 수 있다.
실로 이 땅에 중국으로부터 유입되기 전 유불선의 원형적 형태가 있었음을 찾
아볼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사산비명(四山碑銘)」 중 하나인 「지증대사비명(智證大
師碑銘)」이다. 「사산비명」이란 ‘네 군데 산(山)에 남긴 비석의 글’이라는 뜻인데 신
라 말 최치원이 남긴 네 곳의 비명(碑銘)을 말한다. 「지증대사비명」에는 다음과 같
은 구절이 나온다.
鷄林地在鰲山側 계림의 땅은 오산 곁에 있는데
仙儒自古多奇特 예로부터 仙과 儒에 기특함이 많았네.
최치원이 살았던 신라에 예로부터 선과 유의 사상적 맥이 전해져왔고, 기이하
고 특이함이 많았다는 것으로 보아 한국 고유의 선과 유의 특이성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삼국유사』 <가섭불연좌석>에서 신라에 전불(前佛)터가 존재함을 많은
이들이 말하고 있다.
『옥룡집』과 『자장전』, 그리고 여러 사람의 전기에는 모두 이렇게 말했
다. “신라 월성 동쪽, 용궁 남쪽에 가섭불의 연좌석이 있으니, 이곳은 곧
전 세상 부처 때의 절터로, 지금의 황룡사 터는 곧 일곱 절 가운데 하나
이다.”
가섭불은 과거 칠불(七佛) 중의 하나로 석가모니 이전의 부처이다. 연좌석(宴坐
石)은 좌선하던 돌을 말하는데, 석가모니 이전 부처인 가섭불이 좌선하던 절터가
신라에 존재함은 이미 전불시대(前佛時代)부터 부처가 되는 도법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실내포함삼교’하는 풍류의 자취를 접할 때, 삼교를 균형 있게 유기적
으로 포함하고 있는 풍류정신의 ‘종합적’인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3) 접화군생(接化群生)
세 번째, ‘접화군생(接化群生)’은 풍류정신이 세상 곳곳에 미치지 않은 바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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