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월간 대한사랑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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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6


                    알려져 곽재우, 정인홍, 정탁 등 당대 뛰어                 감 댁으로 돌아가는 길에 평소 하던 대로

                    난 인재들이 선생의 문하로 몰려들었다.                    행패를 부리던 건달들이 오늘에야 제대로
                      또 하나 전해 내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                  주인을 만나 강물 속으로 처넣어지는 수모

                    기가 있다.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도 나                 를 당했던 것이다. 행색도 남루한 시골 노
                    오는 이야기다. 어느 날 남명이 한강 나루                  인에게 이런 수모를 당한 패거리들은 그

                    터에서 배를 탈 때 일이었다. 남명이 탄 나                 길로 곧장 윤 대감에게 달려가 자신들이
                    룻배가 강 중간을 지날 때 쯤 나루터에서                   당한 것을 일러바쳤다.
                    누군가 뱃사공을 부르는 것이 아닌가. 그                     세상에 무서울 것 하나 없는 윤형원의

                    러자 뱃사공은 한숨을 내쉬며 왔던 대로                    수하라는 것은 조선팔도 사람이라면 다 아
                    다시 뱃머리를 돌렸다. 이를 의아스럽게                    는 데, 감히 이렇게 망신을 줬다고 생각하

                    여긴 남명이 사공에게 “도중에 돌릴 것이                   니 화가 치밀어 윤 대감조차 도저히 참을
                    아니라 우리를 내려주고 다시 오면 될 것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단단히 혼내 주려고

                    아닌가?”라며 말하자. 사공 왈 “저놈들이                  그 노인네를 수소문 하였던 것이다. 그런
                    어떤 놈들인지 아십니까? 그 유명한 정난                   데 며칠 후, 뜻밖에도 윤 대감이 조용히 수

                    정을 첩으로 둔 윤형원 대감의 수하로 저                   하들을 부르는 것이 아닌가.
                    희처럼 힘없는 백성들에게 저지르는 패악                      윤형원이 말하길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
                    이 하늘을 찌릅니다요”라며 탄식하는 것이                   지상(萬人之上)의 자리에 있는 내가 조선 땅

                    아닌가.                                     에서 못할 바가 없지만, 오직 지리산의 조
                      다시 가서 그들을 태우고 오는 중에 패                  (曺) 판관만은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으

                    거리 중 한 명이 나룻배의 가운데에 앉아                   니 자네들이 참아 달라”고 타일렀다는 것
                    있던 남명의 옆자리로 와서는 “영감님은                    이다.

                    어디서 오셨습니까?”라며 의도적으로 자                      이같이 남명이 평생토록 경(敬)과 의(義)를
                    꾸 구석으로 밀치며 시비를 거는 것이 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산천대축괘에 나오

                    닌가. 평소 불의를 못 참는 남명인지라, 곁                 는 말처럼 “어떠한 고난과 역경에 처해도
                    에서 수종 들던 덕대에게 손을 봐주라는                    강건하고 독실하게 광명의 정신으로 날로
                    눈치를 보내자, 윤 대감의 패거리들은 모                   그 덕을 닦았기 때문(大畜 剛健篤實 輝光 日新其

                    두 강물에 내동댕이쳐 허우적거렸다. 지리                   德)”이라 할 수 있겠다.
                    산 산삼을 먹고 자라 힘이 장사인데다 6척

                    거구 덕대에겐 한줌거리도 되지 않았다.
                      이날 이천 땅에 볼일 보러 갔다가 윤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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