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월간 대한사랑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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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과 역사
칼을 찬 선비,
조식(曺植)
글 한태일 소장(한역연구소)
조선시대에 칼을 차고 다닌 선비
가 있었다. 그 칼날에는 ‘내명자경
(內明者敬) 외단자의(外斷者義)’라는 글
자가 새겨져 있었다. ‘마음속을 환
하게 밝히는 것은 경(敬)이요, 행동
을 결단케 하는 것은 의(義)’라는 뜻
이다. 후세 사람들은 이 칼을 ‘경의
검(敬義劍)’이라 불렀다. 바로 남명(南
冥) 조식(曺植, 1501~1572) 선생 이야기
조식(曺植,1501~1572)
다.
이 글귀는 원래 <주역> 두 번째
중지곤괘(䷁)에 나오는 “군자는 경으로써 안을 곧게 하고, 의로써 바깥을 바르게 한다(敬
以直內 義以方外)”라는 글에서 유래하였다. 또 선생은 ‘성성자(惺惺子)’라는 방울을 허리에 차
고 다녔는데, 움직일 때마다 방울소리를 내는 성성자는 선생을 언제나 깨어있는 심법으
로 살아가게 하였다. 즉 방울은 마음을 밝히는 경이요, 칼은 과단성 있는 의의 상징이다.
선생은 죽을 때까지 성성자와 경의검을 차고 다니면서 공경스런[敬] 마음과 의로운[義] 삶
을 살다 가셨다. 경과 의를 숭상했던 유학의 나라, 조선 5백년 역사에서 공경과 의로움
을 남명처럼 철두철미하게 지켜낸 선비는 없었다.
남명 선생의 본관은 창녕(昌寜)이며, 그의 호 남명은 『장자』에 나오는 ‘남쪽(南)의 큰 바
다(冥)’를 의미한다. 지금의 경상남도 합천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벼슬살이를 좇아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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