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월간 대한사랑 6월호

2024. 06

전국시대 서쪽 변방의 후진국 진(秦)나라는 군공(軍功)의 정도에 따라 각종
은상(恩賞)을 행하는 이십등작제(二十等爵制)를 통해 부국강병을 이룰 수 있었다.

후한 말에 이르러 구석(九錫)은 최고의 은상이었다. ‘석(錫)’자는 하사한다는 사
(賜)의 뜻도 있어 아홉 가지 특전을 내린다는 뜻이다. 구석의 기록은 기원전

128년 한서 무제기에 처음 나타난다. 구석은 거마(車馬), 의복(衣服), 악기(楽器),
주호(朱戶), 납폐(納陛), 호분(虎賁), 부월(鈇鉞), 궁시(弓矢), 거창(秬鬯) 등이었다. 『삼

국사기』와 『고려사』에도 구석과 유사한 은상을 내린 기록이 보인다.
명예를 드높이고 공훈을 기리는 것 또한 보훈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청동
으로 만든 종정(鍾鼎, 종과 솥)에 이름을 새기고, 추모의 공간을 세워 공신의 화

상을 걸었으며, 단서철권(丹書鐵券)이라 하여 쇳조각에 붉은 글씨로 쓴 증표를
주기도 했다. 이보다 훨씬 후대에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나라에 공이 있는 집

안에는 불천지위(不遷之位)의 특전을 주어 사대봉사(四代奉祀)의 제한 없이 조상
의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하여 가문의 명예를 더해 주었다. 그와 같이 보훈
은 은혜와 보답에 기초한 공동체 윤리였고, 강한 국가를 만드는 정신적 토대

였다.
국왕의 은전(恩典, 나라에서 은혜를 베풀어 내리던 혜택)과 시혜(施惠)의 형태로 시작

된 보훈은 근대 이후 전사하였거나 부상을 입은 군인이 대량으로 발생하고,
민주주의 정치이념이 보편화되면서 보상적 권리로 변화되었다. 보훈에 있어

서 보상은 어디까지나 갚을 ‘보(報)’자를 써는 보상(報償)이다. 도울 ‘보(補)’자를
써는 보상(補償)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국가의 도덕적 책임이 강하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보훈에는 정신적 보답도 포함

보훈에는 물질적 보상뿐만 아니라, 희생과 공훈을 기억하고 존경하는 정신

적 보답이 포함된다. 보훈이 여타의 보은 행위와 다른 점은 국가 공동체와 그
성원이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윤리적 책임이라는 것, 반드시 갚아야 할

공통의 부채라는 것, 공동체가 발전하면 할수록 더 잘 보답해야할 무한적 책
임이라는 것, 물질적 보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희생과 공헌의 가치를

존중하고 이어가야 할 정신적 의무가 포함되어 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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