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8 - 월간 대한사랑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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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1)
보훈이 있는 곳에
역사가 있다
글 김종성(전 보훈처장)
선조의 교화(敎化)와 그 종법(宗法)을 잊어버렸고, 둘째 선민(先民)의 공
열(功烈)과 그 이기(利器)를 잊어버렸으며, 셋째 국사(國史)를 잊었고,
넷째 국치(國恥)를 잊었으니, 이렇게 사람들이 잊어버리기를 잘하고 보
면 나라는 망하기 마련인 것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주도하고 국무총리 서리와 법무총장과 외무총
장을 역임한 예관 신규식 선생은 『한국혼』을 통해 망국의 원인을 고질적인
선망병(善忘病: 건망증)에서 찾았다.
처음 배우는 교과서가 중국사이니 조선 백성의 정신이 자기 나라는 없
고, 자기 나라 사상물이란 없다. 형식상 조선이지 정신상 조선은 망한
지 오래이다.
언론인이자 사학자로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을 지낸 백암 박은식 선생의
『몽배금태조』에 나오는 말이다. 선생은 『한국통사』를 통해 “옛사람이 이르
기를 나라는 없어질 수 있으나 역사는 없어질 수 없다고 하였으니, 이는 나
라가 형체라면 역사는 정신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형체는 없어져
버렸지만 정신은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와 같이 선열들은
나라가 망했어도 역사와 혼이 살아 있다면 생로가 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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