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P. 89
삼신 신관의 동양철학적 해석 사이먼 킴
“순(舜)은 선기옥형(璇璣玉衡)으로 칠정(七政, 해와 달, 다섯 별)의 운행을 따른 역법(曆法)을
바로잡았다. 그리고 마침내 상제에게 제사를 지내시고, 육종(六宗, 고대에 존중히 여겨 제사하
는 여섯 신 혹은 자연현상), 즉 천지, 사시(四時), 한서(寒暑), 혹은 일월성신(日月星辰)에게 제사
를 지내시며, 명산 대천에 제사를 지내시는 등 여러 신에게 두루 제사하셨다.” 56)
알다시피 순은 동이 사람이며 그의 시대는 동이족 은나라가 세워지기도 전의 일이다. 진시황의
봉선의식을 사마천은 이렇게 상술하였다. “수레가 다니는 도로를 말끔하게 수리하도록 하고, 태산
의 남쪽부터 정상에까지 등반했으며, 돌 비석을 세워서 진시황의 공덕을 칭송하고 봉선하는 도리
를 천명하였다. 그런 뒤에 북쪽 길로 하산하여 양보산(梁父山)에서 지신(地神)에게 제사를 지냈다.
이때 의례는 태축(太祝, 제사를 주관하는 관리)이 옹성(雍城)에서 상제에게 제사를 지낼 때 썼던 의
식을 많이 채용했다.” 57)
봉선의식을 마치자 진시황은 계속 동쪽으로 가 명산대천 및 팔신(八神)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한
다. 팔신은 예부터 있었는데, 혹자가 말하길 “제 나라 태공(太公) 이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제나
라의 이름이 제가 된 것은 바로 팔신의 하나인 천제신(天齊神)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천제신
의 제사가 끊어져 언제 시작된 때를 알지 못했다.” 58)
팔제신 제사 중 셋째는 병주(兵主, 전쟁의 신)로 치우(蚩尤)에게 제사를 지낸다. 우리 동이족과
연결이 된다는 또 하나의 증좌(證左)다. 팔신에게 올리는 제사가 모두 제나라 북쪽에 있고 발해에
인접해 있다고 사마천은 밝히고 있는데, 이 또한 동이족 후예 연나라와 함께 제나라가 고조선 배달
의 천제 전통을 이어받았다는 강력한 증거다. 봉선제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고대 천자들의 제사
는 원형 선도(노자의 도가가 아닌)의 영향을 받았는데, 이는 우하량 천단에서의 천제 전통이 이어
지고 있었음을 시사해 주는 것이다.
제나라의 위왕(威王)과 선왕(宣王), 연나라의 소왕(昭王) 시절부터 사람들을 바다로 내보내 봉래
(蓬萊), 방장(方丈), 영주(瀛洲)를 찾도록 하였다. 이 삼신산(三神山)은 전설에 따르면 발해(渤海) 중
에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산해경에 신화처럼 쓰여 있는 삼신산 이야기가 역사서인 사기에 구
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59) 여기에 태일이라는 명칭이 등장하는데, 泰一과 后土 사당을 건
립하고 5년에 한 차례 씩 제사를 지내는 제도가 한나라 시대부터 확립되었다는 것이다. 태일은 하
늘 최고의 신으로 태일신(太一神)이라고 하는데 태일은 대일(大一) 혹은 태일(太一)과 통하는 같은
말이다. 상제와 일월성신에 제사를 지냈다고 밝힌 사마천이 남긴 봉선서는 고대의 천문학을 통해
북극성으로 지칭된 자연존재가 태일신임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56) 사기 권 28, 封禪書
57) 전게서
58) 전게서
59) 史記 本紀 권12. 孝武本紀 <무제(武帝)-봉선(封禪)>
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