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P. 85
삼신 신관의 동양철학적 해석 사이먼 킴
오행대의 제20편 논 제신 편에서 소길(蕭吉)은 말한다. “모든 신은 신령스러워 특정 장소에 구애
되지 않는 지혜를 편다. 그래서 숨었다 나타났다 함을 헤아릴 수 없다.” 신령한 신은 시공간에 구애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소길은 어떤 해석을 인용하여 “만물은 다 몸체가 있어 걸리고 구부러
져 펴지 못하나, 신은 맑고 비어 있는 기운으로 막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펼 ‘신’으로 통한다”고 부
연설명하고 있다. 46)
“신을 신이라 말하면 그 명칭이 수만 가지다. 천지인 삼재의 도는 백 가지 영령이 있어 하나로
말할 수 없는 것인데 모두 오행의 원리를 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소길 역시 음양으로도 헤아릴
수 없고 오행의 법칙으로도 파악되지 않는 존재가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은 오행에 배속되는 존재만
을 다룬다고 말한다. 47)
동양철학에서도 명백히 밝힐 수 있는 신의 인지 초월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러한 신도 우주자
연 속의 존재다. 인간의 인식의 한계로 그러한 신의 운용을 다 파악하여 설명하지 못할 뿐이다. 소
길은 다시 공자가 ‘양의 정기가 신이다” 48) 라고 한 말을 인용해서 형질을 갖추어 걸리고 막힌 만물
에 비해 음양 자연현상을 벗어나 막힘이 없는 신의 존재를 ‘신은 맑고 비어 있는 기운이다 (神是
淸虛之氣)’라 표현한다.
수 백 년 후 북송 5자로 시작되어 주자에 의해 완성된 성리학은 <성리대전>으로 집대성되었다.
성리대전에서는 태극을 주제로 삼으나 태일신은 없다. 주렴계는 통서에서 ‘움직여 정지함이 없고,
정지함으로 움직임이 없는 것이 물이고, 움직이되 움직임이 없고, 정지하되 정지함이 없는 것이
신이다. (動而無靜, 靜而無動, 物也. 動而無動 靜而無靜 神也)’라고 물과 신을 구별하는 발상을 제안
한다. 앞서 논의했던 동양철학적 신 개념을 한 단계 더 심도 있게 파헤친 것이다.
송대의 성리학자들은 천부경의 시무시의 일, 종무종의 일과 삼일신고의 신과의 연관성을 확인
해 볼 수 있는 精緻한 논리를 펼친다. 그래서 주자는 주렴계의 통서에 다음과 같이 주를 달았다 “움
직이되 움직임이 없고, 정지하되 정지함이 없는 것. 부동도 부정도 아니라 하니 이는 형이상의 이
치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때의 리(理)라고 하는 것은 신의 작용이지만 그 이치를 측량할 수
없어 신묘막측할 따름이다. (動而無動 靜而無靜 非不動不靜 此 言形而上之理也 理則神而莫測)” 49)
여기서 말하는 신은 종교적으로는 신으로 대입할 수 있겠지만, 철학적으로는 형이상학적 사유
체계로 대체될 수 있다. 사람의 마음작용으로 앎에 도달할 수 있으므로 호모 사피언스로서 인류
문명을 개척해온 것이다. 사람이 하늘로부터 받은 신성을 감지하고 경험하는 신명이 있으므로 인
간 다움의 극치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몸에 갖추어져 있으니 인간의 몸과 마음은 하늘과
같다는 것이다. 회남자, 춘추번로, 오행대의, 성리대전 등을 통해 기록된 동양철학의 대의가 삼일
46) 소길 저, 김수길 역. 오행대의 하 (서울: 대유학당, 1998) 589-616쪽
47) 전게서, 589쪽
48) ibid
49) <성리대전> 권2, 64쪽. 주돈이의 통서에 대한 주희의 해석 (오하마 아키라, 범주로 보는 주자학, 서울: 예문서원
1996) 102-104쪽에서 재인용.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