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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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 신관의 동양철학적 해석 사이먼 킴
이와 같이 동양, 특히 동아시아의 신관은 어디까지나 자연과 연결되어야 설명 가능해진다. 그렇
다면 자연이란 무엇인가? 하늘과 땅은 물론 인간도 자연의 산물이다. 삼라만상 천지만물 뿐 아니
라 인간이 상과 수로서 파악하는 뭇 세계의 형상도 자연일 따름이다. 나아가 인간의 정신뿐 아니라
신조차도 자연 안에 있어야 한다. “하나인 하늘과 하나인 땅과 하나인 사람이 1, 2, 3 순서로 자연
에 드러나고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 하늘과 땅 사람이 각기 음양 이분화를 통해 3인 만물을 형성
해 나간다(천이삼 지이삼 인이삼)”는 것이 천부경의 자연관이다.
삼일신고의 신은 어디까지나 세계 내, 태양계 우주 공간 안에 내재하는 신을 전제하고 있다. 천
부경의 천일 지이 인삼 역시 하늘 땅 사람을 전제로 하는 자연세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신훈에는 生天主無數世界: 一神造群世界, 神勅日世界使者, 轄七百世界, 爾地自大一丸世界. 이렇게 세
계라는 말이 5번이나 반복된다. 52) 과연 이 세계는 자연과학이 전제하는 우주자연 세계와 같은 것
인가? 신은 이 세계 안에서 활동하면서 이 세계를 자각하고 있는 존재인가?
살펴본 바 대로 동양철학에서는 우주자연, 천지만물이 창조되고 변화하는 모든 현상 속에 신이
현현 된다고 본다. 앞서 밝혔듯이 이러한 신은 초월적 절대자가 아닌 자연에 내재하면서 천지인과
하나가 되는 신이다. 일신 혹은 삼신이라 칭하거나 태일신이라 이름 붙여도 신의 속성은 자연 속에
서 스스로 창조하고 변화해 나가는 신인 것이다. 삼신조화를 영어로 ‘Three Gods of
Creation-transformation’이라 번역하는 이유가 명백하다. “God is nature”라는 범신론에 대
해 “God is in nature”라고 범재신론이 주장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53)
창조주, 초월자로서 세계를 감지하는 전지전능한 존재, 또한 세계 안에 무소부재한 존재 로서의
신은 자의식과 의지와 감각을 지닌 인격신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연의 이법과 인간의 길흉화복
을 관장하는 주재신이 신앙의 대상이 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범신론과 범재신론을
거쳐 전체 우주 과정에서 작용하는 정보 원리 로서의 법칙적 신의 개념이 우주의 가장자리에 있는
설계자 신의 개념보다 훨씬 더 풍부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는 전통 형이상학을 대신하는 현대
과학철학자들의 주장이다. 54)
동중서가 말한 대로 ‘하늘과 사람은 하나이다. 형체가 있는 것을 진열해서 형체가 없는 것을 드
러내고, 그 셀 수 있는 것을 가지고 그 셀 수 없는 것을 드러낸 것이 하늘과 사람에게 모두 통하는
도’라는 의미를 천부경과 삼일신고 내용에 비추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형체는 상으로 인식되고,
셀 수 있는 것은 수로서 계산된다. 하지만 형체 없는 것, 셀 수 없는 것과 형체 있는 것, 셀 수 있는
52) 삼일신고 신훈.
53) 화이트헤드 과정철학의 사유선 상에서 발생한 현대 과정신학은 범재신론에 근거한 세계관으로 과학철학, 형이상
학, 존재론 등 철학의 고유 문제를 보듬으며 보다 설득력 있는 신학을 구축하였다. 유신론이며 유일신 관이지만 기독교
적인 신관과는 결을 달리한다. ETC에 KW를 더한 신관을 주장하기에 근대 철학, 현대 과학의 세계관과 조화를 이룬다.
54) I can argue with my creative novelty that the concept of God as an information principle at work
in the entire cosmic process is far richer than the idea of a designer God at the edge of the universe.
Paul Davies and Niels Henrik Gregersen, ed. Information and the Nature of Reality. From physics to Metaphysic
s. (Cambridge: University of Cambridge Press,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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