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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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 신관의 동양철학적 해석 사이먼 킴
3. 천부경과 삼일신고 신관의 연결고리
1) 천부경의 일
앞서 신관의 동양철학적 해석 서두에서 밝혔듯이 이 논문은 천부경의 일과 삼일신고의 신을 주
제로 삼고 있다. 일은 數(number)이고, 신은 象(image)이다. 물질 세계는 수량화로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생명 세계는 경험을 통해 이해되지만 신이라는 상은 파악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렵다. 종
교란 인간의 사고에 의하여 상징화된 존재인 신을, 자연현상으로서 만물에 붙여진 형상처럼 여겨
우상화 하거나 신격화시키는 일이다. 천부경의 일이 삼일신고 신으로 이행하는 논지를 살펴보기
로 하자.
천부경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一始無始一 하나는 시작이나 무에서 시작된 하나이니.” 39)
무에 대한 번쇄한 철학적 논의는 생략하고 일이라는 개념에 집중해서 천부경 첫 구절 ‘일시무시일’
을 해석해보면 앞서 동양철학의 신관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인용한 춘추번로의 근원적 1을 떠올리
게 한다. 그래서 천부경 1은 철학적으로 시원, 근본, 보편, 일자, 초월, 궁극, 절대 개념을 깔고 있다
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천부경 둘째 구절에서도 역시 1 개념은 계속 나온다. “天一一 하늘은 창조 운동의 뿌리로서 첫째
가 되고, 地一二 땅은 생명의 생성 운동의 근원되어 둘째가 되고, 人一三 사람의 천지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여 셋째가 되네.” 40) 한편 천부경의 중심 구절인 “人中天地一 사람은 천지와 하나된 태일이
니”라는 말로 이어지고, 마침내 “一終無終一 하나는 끝이나 무에서 끝나는 하나이니”라는 구절로
마감한다. 천부경 첫 글자 1과 마지막 글자 1은 맞물려 있어 무한 순환 반복하는 우주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시작이 끝이고 끝이 다시 시작인 Uroborus 신화를 연상케 한다. 41)
동양철학 고유의 기화세계관은 역계사의 ‘정기위물 유혼위변(精氣爲物 遊魂爲變)’을 근거로 한
다. 42) 장횡거는 大和편에 ‘가상의 기의 세계와 불가상의 신의 세계’ 43) 를 구분하였지만, 주역에서
는 정기가 사물로 형체화 되는 세계만을 상정한다. 무시일과 무종일의 1이라는 천부경의 수리를
통해 드러난 세계상은 철두철미 물화 이전의 세계상이다. 삼일신고는 물화 이후의 상을 다루는데,
이렇듯 물화 이후의 세계상과 순수 사유의 세계상은 다를 수밖에 없으며 그 연결고리에 신이라는
개념이 개입한다.
빅뱅을 말하든 성서의 창조주를 내세우든 기운화 세계관을 갖든 물화 이후의 세계 즉 천지자연에
대해서 언급할 때 시원 존재로서 하나의 신이라는 관념은 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듯 명백한 일
39) 活動運化氣之靈 强名曰神. 天有大氣之神, 人有人氣之神, 物有物氣之神, 神之能事, 己諸於活動運化之氣. 240쪽
40) www.greatopen.net 2018년 8월 홈 기사. 종도사님 말씀에서 인용.
41) https://namu.wiki/w/우로보로스
42) <주역> 계사 상 4장.
43) 散殊而可象爲氣, 淸通而不可象爲神. 장횡거, <정몽> 태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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