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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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분과
는 신의 개념이 명확해진다. “신이란 것은 운화의 능함을 가리키는 것이니 운화의 기가 곧 신인 것
이다.” 35) “활동운화하는 기의 본성의 신령함을 가리켜서 신이라고 일컫는다.” 오직 사람의 정신
과 신명으로 신의 공능을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36)
“대저 기의 명을 영이라고 말하고, 기의 능을 신이라 말하고, 기의 조리는 리라고 말하고, 기의
증험을 거치면 앎이라고 말하고, 기의 순환을 변화라고 말한다.” 37)
과연 최한기 기철학에서의 이 신이 서양에서 전래된 그 신인가? 앞서 해석해 본 동양철학의 신관
을 충실하게 이어받고 있는가? 서양과학기술의 전래로 눈부시게 발전한 동양 세계의 신관은 어디
로 가고 있는가? 불과 100여 년 전 기세계관에 충실한 한 철학자의 서양 신 비판에 관한 글을 인용
하며 새삼스레 오늘날 신관의 혼동을 되새겨 본다.
“활동운화하는 기의 영험함을 억지로 신이라고 부른다. 하늘에도 기로 이루어진 신이 있고, 사
람에게도 기로 이루어진 신이 있다. 사물에는 사물의 기로 이루어진 신이 있다. 신이 능력을 발
휘하여 일을 잘하는 것은 이미 모두 활동운화의 기가 있어서이다. 기를 아는 것이 바로 신을 아
는 것이고, 기를 보는 것이 바로 신을 보는 것이고, 기를 알지 못하면 영원히 하느님을 알지 못하
게 되는 것이다. (知氣則知神, 見氣則見神, 不知氣, 則不知神)” 38)
위에서 번역자는 앞 문단에서는 神을 신이라고 하다가, 뒤 문장에서 번역용어를 하느님으로 대
체하여 사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150년 전 기철학자 최한기의 신 개념이 오늘날의 서양 신 개념
으로 번역된 하느님과 혼재하여 쓰이고 있는 것이다. 최한기 기철학에 있어서 정의된 신의 개념은
결국 운화기의 영험하고 신령한 능력일 따름이다.
앞서 논의해온 동양철학 고전에서의 신개념은 자연 법칙처럼 경험되고 파악되는 기운화 세계의
기능으로서의 신, 자연을 인지하고 분류하는 인간의 인식논리인 음양오행으로 파악될 수 없는 ‘음
양불측지위신’의 신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동양학의 신, 이 둘이 완전히
격절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앞의 신이 뒤의 신을 따라잡으며 인간의 지성과 문명이 개발되어왔다.
신통, 신기, 신이, 신묘 불측한 세계에서 측정 가능하고 운용할 수 있는 지식세계로의 확장을 통하
여 인류 문명이 발달해 오고 인간 지성이 넓혀져 온 것이다.
35) 전게서, 53쪽
36) 전게서, 240쪽
37) 蓋氣之命曰靈, 氣之能曰神, 氣之條理曰理, 氣之經驗曰知, 氣之循環曰變化 전게서, 44쪽
38) 천부경 원문에 대한 한글 해석은 참으로 다양하다. 여기서는 증산도 공식 번역문을 따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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