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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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분과
성 자체도 신비, 일과 다의 관계도 신비다. 기의 일이분수(一而分殊), 리의 일이분수라는 동양철학
의 심오한 형이상학적 사유에도 일과 다, 다와 일의 문제가 다루어진다.
“우주는 그 본질 가운데 사물들의 관계성, 목적의 통일성, 향유의 통일성을 수반하는 통일성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우주에는 이런 통일성 못지않게 근본적인 것으로서 다수성의 요소
가 들어있다.” 25)
기독교나 이슬람의 유일신관처럼 유신론, 이신론일 수밖에 없는 것이 종교의 신이다. 그러므로
1이라는 개념은 신관을 논하는 작업에 필수불가결한 인식논리다. 시원, 궁극, 절대적 존재는 여럿
일 수 없다. 플라톤 철학을 계승한 신플라톤주의자 플로티누스(205-270)는 만물의 원천을 ‘1’자
개념으로 체계화시켰다. 26) 모든 것이 일자로부터 유출된다는 그의 학설은 천부경의 ‘일시무시일’
의 사유구조를 닮았다.
수로서 접근하는 신과 세계, 최고신일 수밖에 없는 모든 종교의 일신, 그리고 최상이자 최선일
수밖에 없는 신의 속성은 어느 문명에서나 마찬가지다. 인간의 사유형식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이
러한 인간의 시선으로 우주의 시작과 종말을 볼 수 있을 것인가? 인류가 쌓아온 지식으로 자연의
모든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을까? 신비한 시원, 무한, 궁극, 절대. 일자로부터 신이라는 개
념이 창조되는 순간이다.
2) 최한기의 신관이 대변하는 동양철학 기운화 세계관
동양철학의 신관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기운화 세계관이다. 기화 세계는 유가,
도가 및 제자 백가 모두에게 공통된 하나의 자연관이다. 기철학으로 대변되는 동양철학의 세계관
은 현대과학의 물질관으로 모두 담을 수 없는 물질, 생명, 정신을 포괄하는 범 경험론적 세계관이
다. 유기체 철학의 신봉자인 그리핀 David Griffin(1939- )은 이를 Pan-Experientialism이라
명명한 바 있다. 27)
그리핀의 할아버지 뻘 스승 격인 화이트헤드는 과학과 근대세계에서 유물주의 과학적 세계관의
한계를 돌파하여 자연 생명, 인간 정신 경험까지 포함하는 합리적 경험주의 철학을 펼쳐 현대 서양
철학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 28)
24) A. N. Whitehead, Process and Reality (New York: The Free Press, 1985) P. 21. The Category of the
Ultimate. 화이트헤드는 창조성, 일, 다 세 가지가 보편자의 보편이라고 말한다.
25) 화이트헤드 저, 오영환 역, 사고의 양태, 109쪽
26) https://namu.wiki/w/플로티노스 참조.
27) David Ray Griffin, Unsnarling the world-knot: Consciousness, Freedom, and the Mind Body Problem. (Eugen
e, OR: Wipf and Stock Publishers, 1998) Ch10. Supervenience and Pan-experientialist Physic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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