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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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분과


                   성서에 등장하는 신이라고 불린 존재들이 실존한다고 하여도 우리가 정의한 신의 정의에 맞지

                 않다면 그것을 신이라고 할 수 없는가? 일본어 ‘가미’는 한국말로 ‘신’(神)이라는 한자어이고 이 용
                 어는 일본의 주요 종교인 신도(神道)에서 신앙의 대상이 되는 여러 신들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이

                 렇듯 서양의 기독교적 신에 대한 이름조차 천주, 상제, 하느님, 하나님, 가미로 다르게 붙여진 것이
                 다. 기독교 전래 초창기 한국에서 읽힌 한문 성경에서 신은 상제로 번역되었다. 서양 God 개념은

                 일본학자들에 의해서 최초로 신으로 번역되었고, 오늘날 일상 용어나 학술용어로 God이 신으로
                 통용되게 된 것이다.        18)

                   한중일의 신 개념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보자면, 중국의 경우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아예
                 종교의 싹을 없애 버려 서양 신 개념이 일반에게 어필할 기회조차 없었으니 논외로 치고, 신의 일본

                 어 가미(かみ)는 다신교에 맞는 용어로서 기독교 성서의 유일신을 지칭하는 의미와는 상반된다.
                   한국에서만 가톨릭과 개신교 두 기독교 신앙의 약진으로 신개념이 하느님, 하나님으로 대체되

                 어 교회들이 융성하고 있다. 신이라는 개념에 담긴 내포적 의미가 이렇게 다르게 번역되었음에도
                 한국이나 중국이나 일본에서 쓰이는 신이라는 문자의 형태가 같기 때문에 동일한 개념으로 오인

                 하게 되는 것이다.
                   지고한 초월자로서 유일신, 창조주, 절대자는 누구인가? 상제인가 신인가? God 인가? 여전히

                 문제는 남겨진다. 인간이 섬기고자 하는 신은 누구인가? 아직도 샤머니즘의 형태로 남아있는 우리
                 고유의 신 즉, 서낭당 신, 부엌 신, 산신령, 삼신각 등의 신들은 일본 신도의 가미와 통한다고 보인

                 다. 몇 년 전 쌍 천만 관객을 모은 ‘신과 함께’라는 영화의 흥행을 보면서 우리 민족에게는 아직도
                 원시 신앙적 신에 대한 향수가 깊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2. 신관의 동양철학적 해석




                     1) 숫자로서의 신: 왜 일인가? 그리고 왜 일신인가?



                   본 논고에서는 천부경의 일과 삼일신고의 신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일은 수(數)이고, 신은 상(象)

                 이다. 한글로 일이라 쓰든 한자로 一이라 쓰든, 또는 아라비아 숫자 1이라 쓰든 우리는 하나라는


                 18) 기록에 의하면 런던 선교회 ‘상제’파, 미국 선교사 ‘신’파가 각각 독립적으로 성경을 번역하였는데, 대표 본(代表本,
                 Delegate Version)으로 영국성서공회의 후원 아래 1852년 신약이, 1854년에는 구약이 출판되었다. 이 책에서 ‘Go
                 d’은 ‘上帝’, ‘Holy Spirit’는 ‘聖神’으로 번역되었다. 반면 미국성서공회의 후원으로 新約全書는 1859년, 旧約全書는
                 1863년 발행되었는데, 미국 판에서는 ‘God’는 ‘神’, ‘Holy Spirit’는 ‘聖霊’으로 번역되어 있다.
                 스즈키 노리히사(“カミの訳語考”,1977)와 스즈키 히로미쯔(“神の翻訳史”, 2005)는 God 번역에 관련한 일본어 번역
                 에 대해 언급하는 선교사의 기록은 브라운이 영국성서공회에 보낸 서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중국에 있어 수많은
                 논쟁과 분열을 일으킨 문제는, 일본에 있는 저희에게 있어서는 이미 해결되었습니다. God의 용어는 더 이상 문제되지
                 않습니다. God에 해당하는 일본어는 ‘가미’로, 이에 해당하는 중국어는 ‘신’입니다. 이로서, (God 용어에 관한) 어려움
                 은 해결되었습니다.” (황예렘, 9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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