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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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 신관의 동양철학적 해석 사이먼 킴
초기 교부신학자 테르툴리아누스(Tertullianus, 160-220)는 인간 예수가 구세주 그리스도이
며 신이라는 설에 대하여 “불합리하기 때문에 오히려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신은 합리적으
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기에 신앙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테르툴리아누스나 불가지론자, 영지주
의자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풀이된다. 신의 존재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한다. 인간
의 지식으로 신을 정의 내리게 되면 그것은 진짜 신이 아니다. 이러한 모순이 생겨 명칭을 붙일 수
없고, 정의가 불가능한 신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궁극적인 절대자로서의 신 관념은 기독교 신앙의 형태로 서양문명을 관통해 왔다. 이에 상응하
는 적절한 언어가 동양철학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태허니 무극이니 태극이니 온갖 형이상학적
어휘로 극본궁원적(極本窮源)인 사고를 하지만 기독교나 이슬람교 적인 인격신의 관념을 담고 있
지 않기 때문이다. 동서양의 종교문화가 완벽하게 상통하기 전에는 서양의 God이 결코 동양의 신
개념으로 번역될 수 없는 것이다.
3) 서양신이 들어와 혼란에 빠진 한중일의 신 개념
하느님과 하나님은 다른 분인가? 유신론과 무신론은 과연 반대되는 이론인가? ‘하느님’이라는
용어로 동아시아 세 나라 중에 서양 기독교 신을 가장 잘 번역한 한국은 자연스럽게 서양 전통의
신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서양의 신이 우리의 하느님과 똑 같은 존재는 아니다.
애국가의 후렴에 반복되는 ‘하느님이 보우하사’라는 표현에는 한국인 만의 신관이 개입되어 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한국 기독교에서 배척되었던 ‘신’(일본어-가미)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
여 일본 기독교의 신용어로서 정착되었다. 17) God이나 성경의 야훼 같은 서양신의 명사가 동아시
아 문화권인 한국, 중국, 일본에서 각기 다른 의미를 내포하는 용어로 번역되고 만 것이다. 전국에
수 십만 신사를 갖춘 일본은 한국처럼 기독교 신앙이 널리 퍼지지 못하고 말았던 것은 자신들이
믿는 신과 서양의 신은 다르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신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으며 그것을 정의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짜 신이 맞는
가? 천 오백만 기독교인들은 제대로 된 신을 섬기고 있는가? 통계 조사에서 사라진 천 만 유교인들
의 제사에 신은 강림하는가? 대한민국에는 제사의례를 지내는 기독교인들이 적지 않다. 자신들이
섬기는 그 신이, 이스라엘 민족이 섬기던 그 신과 연결되는 하나님이라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유
일신, 세상의 창조주, 절대자를 가리키는 용어는 동양철학 원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의 혼합형태로 80년부터 150년 사이에 초대교회와 경쟁했던 가장 강력하고 위협적인 운동이었다. 영지주의는 엄격한
의미로 보면 종교도 철학도 아닌 일종의 밀의적인 민중신앙이다. 신비주의와 결정적으로 다른 태도는 신의 본질을 계시
가 아닌 이해를 통해서 알 수 있다고 믿는 점이다. https://ko.wikipedia.org/wiki/영지주의
17) 황예렘, 일본 초기 개신교의 신 용어 ‘神(かみ)’ 번역사에 대한 고찰. ― 중국 초기 개신교의 용어 논쟁과 관련하여
2015. 16쪽. Study on the Translation of ‘神(かみ)’ in Early Japanese Protestantism in Relation to the ‘Term
Question’ Debate in Early Chinese Protestantism. Yelrem Hwlang (The University of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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