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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 신관의 동양철학적 해석   사이먼 킴



                 뿐 아니라 자연의 물리적 시간 (Time)과 병행하는 존재다. 이로써 자연 너머에서 초월하는 동시에

                                                                                    6)
                 자연 속에 내재하는 무소부재 전지전능한 신 개념을 타기해 버린 것이다.  하트숀이 정의 내린
                 ETCWT 다섯 요소를 모두 채운 과정신학의 새로운 신관은 동아시아 신관과 비교되기도 한다.

                   이제까지 살펴본 대로 서양의 전통 신관의 정체는 창조주 유일신, 초월적인 절대자다. 그러면서
                 도 자연 속에 내재하고, 인간에게 강림하여 신성과 계시(divinity)로 교통하는 신을 상상한다. 자

                 연을 초월하여 존재하면서도 자연에 내재하여 우주만물에 간섭하는 그런 신관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신관의 자체 모순 때문에 서양 신관을 대표해 오던 기독교 신앙은 현대에 와서 설득력

                 을 잃고 있다.
                   종교계의 노벨상이라 하는 템플턴 상을 수상한 폴 데이비스(1946- )나 기독교 신학자 알리스터

                 맥그래스(1953- )는 자연의 법칙을 탐구하는 합리적 과학의 시선으로 통념적인 신관을 돌려놓은
                 학자들이다. 데이비스는 천체 물리학을 배경으로 한 문명사가(文明史家)이고, 맥그래스는 분자 생

                 물학자로 출발한 신학자이다.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서양인들의 신관은 변함없
                                           7)
                 이 기독교의 초월적 절대자 신관을 고집한다.

                   한편 동양,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동아시아 문명에서는 자연을 초월한 절대 존재, 홀로 전지전능하
                                                  8)
                 면서 무소부재한 그런 초월자는 없다.  이 문제는 다음 2장 2절 최한기의 신관이 대변하는 동양철
                 학 기운화 세계관에서 상세히 다루어질 것이다.



                     2) 번역이 불가능한 동서양의 신 개념



                   수천 년 동안 한국, 중국, 일본 독자적으로 사용되어 글자 형태는 같으나 뜻이 달라진 한자도 적

                        9)
                 지 않다.  신이라는 어휘에도 그런 어의(語義)적 차이가 생겨났던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신이라
                 는 단어를 똑같이 쓰지만 신 개념에 내포된 의미와 지칭하는 외연에는 사뭇 다른데, 그러한 결정적

                 차이는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19세기 서양과 조우하기 이전의 동아시아 한중일 삼국에서 공통으
                 로 사용하는 신 개념에 내포된 의미는 그런대로 비슷하게 유지되었다. 하지만 서양의 숱한 학술



                 6) 서양 전통의 절대자 신관을 벗어난 범 재신론은 입장이 다른다. 쟌 캅 교수(1925- )는 화이트헤드의 과정 신학의
                 입장에서 ‘신의 전지전능성’을 재해석, “전지전능성은 신학적 근거가 뚜렷한 개념이 아니라, 성경이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개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2010년 겨울 그와의 첫 만남 대화에서 Whitehead철학의 기본 개념인
                 영원 객체(Eternal Object)란 결국 신의 대명사가 아닌가 하고 질문했을 때, “Eternal objects is in the Primordial
                 Nature of God”는 우회적인 대답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7) https://en.wikipedia.org/wiki/Paul_Davies https://en.wikipedia.org/wiki/Alister_McGrath 데이비
                 스와 맥그래스에 대한 소개는 위키피디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8) 김주호, “초월 신과 내재신이 동학신관으로 연결고리 찾았다” 東⋅西 ‘神觀’의 만남. ‘매일종교 신문’ www.dailywr
                 n.com 2014/07/10
                 9) 한국, 중국, 일본뿐만 아니라 월남까지 한자 문화권에 속한다. 한자를 중국문자 (Chinese character)라 칭하는
                 데는 문제가 많다. 250년 전에 갈라진 미국 영어 알파벳을 영국문자라 지칭하지 않는데, 2,500년 이상 동아시아에서
                 공유해온 문자를 중국 알파벳으로 호칭하고 중국만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건 억지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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