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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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분과
본 연구를 통해 서양신학의 신 개념을 변용한 것으로 태일신 상제 개념을 삼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자연을 초월한 서양의 절대자 신관에 비해 동아시아 전통의 신관은 어디까지나
자연과 연결되어, 기화 세계라는 공통의 기반을 지닌 하늘 땅 인간과 더불어 규정되어왔기 때문이
다. 신 개념 일반, 서양의 신 개념, 동양철학의 신 개념 등을 정리하면서 태일신(太一神) 상제는 어떤
신인가, 일신(一神)이면서 삼신(三神)인 한국적 신은 어떤 존재인가하는 질문에 어떤 답을 해야 하
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할 것이다.
【주제어】 동서양 신관. 천부경 일 개념. 삼일신고 신 개념. 오행대의. 북극성 태일신.
들어가는 말
동서양 신 개념은 번역가능한가? 신에 대한 관념은 그 뿌리부터 동양과 서양이 현저히 다르다.
흔히 God을 신이라 번역하는데 이는 동서양 상호간의 신 개념에 담긴 내포와 외연을 충분히 살리
지 못한다. 神과 God은 그 개념이 배태되고 쓰여온 바가 전혀 다른 일반 개념이기 때문이다. 동아
시아 기철학에서 기본 개념인 氣라는 어휘가 서양의 언어로 번역 불가능한 것처럼 서양의 God도
어쩌면 번역할 수 없는 단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도 쉽게 일상적으로
‘신(God)’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일상용어로서 신은 같은 꼴의 한자를 쓰는 동아시아 삼국에서 각기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동양
철학 고전에서 쓰여진 본래적 의미가 수 천년 동안 사용되어오는 가운데 그 내포하는 의미가 달라
지게 된 것이다. 한국의 경우 하느님을 근대 일본인 학자의 번역어로 굳어진 God = 신의 동의어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서양의 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가톨릭, 개신교의 하느님 혹은 하나님과
같은 개념으로 굳어지게 된 것이다. 이렇듯 서양의 God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신이라 번역하는 게
타당한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신이라는 용어, 신 개념의 언어학적 해석을
넘어 사상사적, 철학적 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이다.
이 논문의 주제는 신이다. 서양의 신관이 아닌 동양철학적 신관, 특히 한국인 고유의 삼신관에
대한 현대적 풀이를 천부경과 삼일신고 두 경전을 통해 고찰하고자 한다. 천부경에서는 천과일을
강조하고, 삼일신고에서는 인간과 세계를 신이라는 관점에서 풀이하고 있는데, 본 논고에서는 천
부경의 일과 삼일신고의 신 개념의 연결고리를 탐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천부경에는 천이나 일이
라는 표현은 여러 번 반복되지만, 신이라는 용어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반면에 삼일신고 2장
神訓은 ‘神在無上一位’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많은 학자들이 삼일신고의 신관, 세계관, 인간관이
천부경의 천지인 사상에서 도출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이 두 경전의 연결고리를 설득하는 논
리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 1)
1) 천부경과 삼일신고를 수리적으로 연결하여 설명하고자 하는 우실하 교수의 선구적 연구가 있어 인용한다. “3수 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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