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0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P. 300
천부경 분과
고 ‘시작(始)’을 ‘시간’의 의미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김지하에 의하면 한울
(一)은 ‘존재라기보다는 생존’에 가까운 개념이며, ‘있음’이 아니라 ‘없음’이요, 도리어 ‘살아있음’
에 가깝다. 즉, 존재를 ‘시간의 유추물(類推物)’ 혹은 ‘시간적 존재’ 등으로 보는 하이데거의 문제
설정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한울’과 하이데거의 ‘존재’(Sein)는 근본적으로 다름을 역설하고
있다. 54)
김지하는 천부경의 ‘始’(시작 혹은 처음)를 하이데거적인 의미의 ‘시간’과 비교하는 문제에 스스
로 답하면서 자신의 ‘비선형적 원만 우주생성관’을 전개시켜 나간다. 존재(Sein)와 시간(Zeit)을
분리시킨 채 존재와 시간의 문제를 ‘현존재’, ‘시간성’, ‘존재시간성’ 등으로 융합 55) 하고자 하는
하이데거의 시간과 천부경과 김지하의 ‘始’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시작은 시간인가? 아니다. 모든 생성 이외의 물질에 있어서도 있는 한 상황이다. 시작은 차라리
커다랗게 퍼져나가는 波紋(파문)의 밑바닥에 뭉친 그 原型(원형)과도 같은 어떤 것에 가깝다. 즉
擴充(확충)에 있어서의 充에 가깝다. 56)
김지하에 의하면 ‘시간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며 살아있다’, 존재로서의 시간은 없기 때문에 ‘생
존’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종말이란 것도 없으며, ‘종말 아닌 종말’, 즉 후천개벽이라 불러야 할 대
차원의 변화가 있을 뿐임을 강조하고 있다. 57)
김지하는 계속해서 ‘一’(한울)이 지닌 깊고 깊은 그러나 미묘한 속성을 시각적 이미지와 시적 표
현으로 형상화한다.
한울은 한없이 넓고 끝없이 길고 끊임없이 생성하는 무궁 무극 무한의 우주로서 늘 비약하고 변
화하며 흔들린다.
거기엔 처음도 없고 끝도 없으며 중간도 없다. 알타이語로 ‘후에 문헤 텡그리’라 함은 ‘영원한 푸
른 하늘’로서 영원한 지속이며 무궁한 확장이며 끊임없는 역류이며 한없는 자기수련과 집중의
반복반복 확충이다. 그리고 끝없는 연쇄적 復勝(복승)과 새로워짐이요, 나아가고 들어옴이며
출입과 함께 질적 차원변화를 되풀이한다. 58)
천부경의 첫 글자인 ‘一’ 이해의 관건이라 할 수 있는 김시인의 시간관, 즉 다시 말하면 우주적
질서의 창조와 생성에 관한 자신의 관점, 즉 ‘비선형적 원만 우주생성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54) 같은 곳.
55) 이수정, 『하이데거』(서울, 생각의 나무, 2010), 139-153쪽.
56) 김지하(2014), 43쪽.
57) 김지하(2008), 119쪽.
58) 같은 곳.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