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5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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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지하의 천부경 연구 최무영
‘존재라는 말 자체가 이미 틀린 말이며 생존이라 불러야 하고 삶이라 불러야’ 함을 역설한다. 이처
럼 우주생명은 고정된 존재 혹은 대상이 아니다. 즉 ‘인간이, 삼라만상이, 모든 생명체와 무기물이
다 모시는 바, (---) 무궁무궁한 우주 생성은 결코 실체나 존재, 인격적 존재자, 고정된 실체가 아니
라 끊임없이 신령하게 창조적으로 생성하고, 창조적으로 진화하는 활동 그것’이다. 다시 말하면,
‘모양을 잡을 수도 눈도 코도 없이 끊임없이 연기하는 그 우주 실상, 즉 변화 자체’라고 할 수 있
다. 30)
김지하는 자신의 우주생명학을 생명학, 또는 지기학(至氣學)이라 부른다.
지금부터 성립될 수 있는 우주생명학은 혼돈학의 현태로 전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왜냐
하면 현재의 우주생명학, 즉 기의 질서는 카오스 기의 질서이며, 물론 태극과 사상 팔괘 등의 역
학적 체계에 의해서 체계화되고 파악되고 조직화되는 기의 질서의 일정한 귀속성을 가지며 설
명이 가능하나, 그 외에 그 근원에서 보이지 않는 새로운 무질서하고 복잡한 생명력의 움직임이
있으며, 이것을 ‘궁궁’이라 하는데 이것을 나는 지기(至氣)라고 하는 것입니다. 31)
김지하의 우주생명학은 ‘결국 지기, 곧 혼원지일기 혹은 들뢰즈의 카오스모스(chaosmos) 32) 에
기초한 혼돈학으로서 성립해야 하며, 이외에도 여러 다양한 학제적 종합, 동서양 모든 학문과 사
상, 과학 등의 결집, 상호 교환과 연관이 조직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주생명학
이 태동한다면 ‘우주와 지구의 진정한 영성적 생명과 생성의 모습과 그 성질을 참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비로소 ‘그 이해가 가능할 때 우주 속에서의 지구의 진정한 창조적 희생의 과학 내지
문화적 조치가 가능’할 것이다. 33)
2. 김지하의 ‘一’ 해석
김지하는 ‘一’의 뜻을 밝히기 위해 우선 ‘一’을 우리말로 옮겨 이해할 것을 제안한다. 왜냐하면
‘한자(漢字)가 공동창조의 문자이긴 하나 漢字的 구성원리 등에 얽매여 부분적 해석 밖에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34)
김지하는 ‘一’의 우리말은 ‘한’이며, ‘하나’는 그것의 종속적 의미라고 본다. 즉 ‘한’으로서의 ‘一’
과 ‘하나’로서의 ‘一’을 분리해서 해석한다. 그러나 ‘한’과 ‘하나’를 분리하되 다시 통합하여 이해하
는 방식으로 ‘一’을 역동적으로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김지하의 ‘한’으로서의 ‘一’을 탐색하기에
30) 김지하(2008), 174쪽.
31) 김지하(2008), 266-267쪽.
32) 질 들뢰즈(Gille Deleuze, 1925~1995)의 용어로 혼돈(chaos)와 질서(cosmos)의 합성어이다.
33) 김지하(2008), 266쪽.
34) 김지하(2014), 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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