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3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P. 303

시인 김지하의 천부경 연구   최무영



                   미학을 전공한 시인으로서, 생명사상가로서 김지하는 ‘한울’에 대한 이미지를 이렇게 한 폭의

                 웅대한 서사시처럼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김지하는 ‘그려낼 수 없고 규정할 수 없으며, 맞출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이와 같은 ‘한울(一)’과 가장 유사한 개념으로 ‘화엄경의 집약으로서의 주불인

                 비로자나의 이미지’를 예로 든다. 위에서 김지하의 표현을 빌려 ‘한울’과 유사한 비로자나의 속성
                 을 언급했지만 비로자나의 모습을 사전적 정의로 다시 살펴봄으로써 조금 더 ‘한울’의 이미지에

                 다가 갈 수 있을 것이다.



                    비로자나는 일체(모든) 곳에 가득하다는 말이니 진실한 성의 근원이 맑으며, 고요하여 헤아림과
                    이름이 없어 허공같이 비어 모든 보는 형상이 꿈속의 형상 같으며 듣는 소리가 메아리 같아, 있

                    음과 없음이 다르지 않으므로 번뇌의 근원도 깨끗해져 진실의 공덕이 갖추어 모든 법이 한가지
                    인 불성인데, 이것이 중생마다 가지고 있는 저의 불성이니 이름도 없지만 굳이 법신이라고 하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비로자나 [毗盧遮那] (한국고전용어사전, 2001. 3. 30))



                   천부경의 ‘一’의 의미에 대한 김지하의 관점과 맥락을 같이 하는 해석은 「삼일신고」에서도 보인
                 다. 삼일신고의 제 1장 하늘(天)편은 “저 푸른 창공이 하늘(天)이 아니며 저 까마득한 허공 역시 진

                 정한 하늘이 아니다”로 시작한다. 즉, 땅과 대비되어 눈에 보이는 ‘푸른 창공’이나 ‘까마득한 허공’
                 이 진정한 의미의 하늘(天)이 아님을 강조한다. 삼일신고의 ‘하늘(天)’은 곧 ‘한’, 즉 ‘한울’이며 천

                 부경의 ‘一’의 맥락이라 할 수 있다.           67)  계속되는 내용은 ‘하늘은 형상(形)과 바탕(質)이 없고 시작
                 (端)과 끝(倪)도 없으며, 위아래 둘레 사방도 없고, 비어 있는 듯하나, 두루 거하지 않는 데가 없으며

                 무엇이든 수용하지 않는 것이 없다’             68) 로 이어진다. 비로소 가시적인 하늘이 아닌 진정한 하늘(天)
                 의 성격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눈에 보이는 모습에 현혹되지 말아야 하며, 진정한 하늘의 의미

                 와 실체를 알아야 하늘을 올바로 공경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69)
                   김지하의 ‘한울’과 ‘비로자나’ 그리고 삼일신고의 ‘하늘(天)’에 대한 규정은 궁극적 실재, 근본원

                 리, 생명의 본체 혹은 개별자와 보편자와 같은 개념적 규정이 지닌 이원론적 위험성으로부터 벗어
                 나 있다. 즉, 이 ‘한울’과 ‘하늘’, 곧 ‘一’에 대한 이 세 해석의 관점은 실제인 것과 실제가 아닌 현상

                 적인 것, 어떤 사물의 근본과 근본이 아닌 것, 그리고 본체인 것과 본체가 아닌 것, 개별자와 보편자
                 등의 개념쌍이 내포하는 분리와 이탈, 혹은 갈등과 대립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김지하의 ‘한울’, 화엄경의 주불인 비로자나 그리고 삼일신고의 ‘하늘’ 개념이 천부경의 ‘一’의 의
                 미를 포괄적이고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67) 이근철, 「『삼일신고』의 ‘天’에 대한 철학적 고찰」, 303f., 도교문화연구 제 36집 (2012. 4), 한국도교문화학회,
                 2012.
                 68) 帝曰爾五加衆 蒼蒼非天 玄玄非天 天無形質 無端倪 無上下四方 虛虛空空 無不在無不容. 김광린(2015), 14쪽.
                 69) 최민자(2015), 148-151쪽.



                                                                                                    303
   298   299   300   301   302   303   304   305   306   307   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