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1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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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지하의 천부경 연구 최무영
역사, 또는 시간이, 그리고 일체의 존재와 생명과 신령이 ‘지금 여기에 있는 내 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해서 끊임없이 차원을 바꿔가며 다시금 ‘지금 여기’의 내 안으로 돌아오고 돌아오는, 그리
하여 끝없이 ‘확충’하고 끝없이 ‘복승’(숨은 차원이 드러나 생동함)하는 그러한 살아있는 참된
‘모심’의 세계관이요 시간관이며 우주생명관이다. 59)
김시인의 사상적 원천이라 할 수 있는 동학과의 관련성 속에서 시간의 문제를 좀 더 살펴본다.
김지하가 말하는 활동하는 무와 자유로서 ‘시간’이 놓이게 된다. ...우주생명학적인 시간으로서 흰
그늘의 미학의 시간은 차원 변화를 거듭하는 가운데 전 우주와 전 중생, 전 인류가 서로 관계하며
순환하는 총체적 삶으로서의 시간이다. 60)
5) ‘一’에 대한 기존의 해석 비판과 김지하의 ‘一’
김시인이 본 천부경의 ‘一’은 자신의 ‘우주생명학’과 미학이론 그리고 새로운 ‘선후천대융합개
벽’이라고 하는 거대한 담론을 가로지르는 핵심개념 중의 하나이다. 김지하에게 있어서 천부경의
‘一’은 단지 몇 단어, 몇 문장으로 정의내릴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천부경은 인간과 세계를
비롯한 우주와 생명에 대한 관점 그리고 이 모든 문제를 관통하는 시간과 공간의 문제가 중첩되어
있으며 ‘一’은 그 핵심키워드라고 보기 때문이다.
천부경의 ‘一’에 대한 기존 연구자들의 해석과 김지하의 해석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여기에서
는 기존의 연구자들의 해석에 일정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김지하의 ‘一’의
의미를 살펴본다.
천부경의 ‘一’에 대한 기존의 해석 가운데 예를 들면 ‘하나(一)는 서수의 의미를 넘어 우주만물이
태어난 생명의 근원, 창조의 근원, 절대 유일자를 상징한다.(---) 말하자면 우주의 근원적 실재’(안
경전) 61) 이다. 또는 “한없이 넓고 높은 우주 안에 있는 ‘一’은 시작도 끝도 없으면서 사방에 가득
차 있는 우주 만물의 근원”(주시경) 62) , 근원적 일자(一者)’, ‘우주적 본원’(최민자) 그리고 우주 만
물의 궁극적 실재로서의 ‘一’, 혹은 ‘우주 만물의 생성과 구성 및 변화를 주관하는 근원적 존재원리
(이근철)’ 등이다. 고대 경전 천부경을 통해 천문학의 비밀을 풀고자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천
부경의 ‘一’을 태양 혹은 ‘한 해의 시작’이나 ‘회귀년’으로 해석한 박용숙의 경우 63) 도 있다. 우선
최민자의 ‘하나(一)’의 의미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59) 참조. ‘착한 경제’ ‘따뜻한 자본주의’는 가능할까[김지하 시인의 ‘신경제론’] 물-마음과 돈과 물의 시대에 부쳐(2)(h
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60349)
60) 정훈, 『김지하 미학연구』(부산: 부산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8), 72쪽.
61) 안경전 역주(2015), 422쪽.
62) 이근철(2010), 47쪽.
63) 박용숙의 기본 관점은 ‘천부경이 지구의 자전과 공전의 천문학 이치를 담고 있는, 고대 천문학자의 비밀문서라는
데서 출발한다’. 박용숙, 『천부경81자 바라밀』(서울: 소동, 2018), 148-1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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