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4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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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경 분과


                 Ⅵ. 결론




                   『천부경』은 아주 오래 전부터 구전으로 전해내려 오다가 문자화되어 우리 앞에 다가왔다. ‘천부

                 경의 내용을 음미하면 할수록 진정 인간이 만들어낸 인류 최초의 그리고 최고의 문학작품’                                 70) 이라
                 는 찬사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시인 김지하는 천부경을 자구해석을 통해 엄밀한 의미를 추적하

                 여 가장 올바르고 정확한 천부경의 뜻을 파헤치겠다는 자세로 읽지 않는다. 그는 시인이다. 한편의
                 시를 읽듯이 천부경을 읽고 한편의 서사시를 쓰듯 써내려간다. 김지하 시인의 천부경 해석은 난해

                 하다. 이는 곧 화엄경과 벽암록, 易사상 그리고 동서양의 각이한 학문적 성과를 올곧이 수렴해 내
                 어 이를 압축하여 직관적으로 꿰뚫어보는 시인의 경전을 읽는 태도 때문이다.

                   이 논문은 이와 같은 시인의 서술방식과 경전을 대하는 자세를 배워 최대한 천천히, 마치 꽃향기
                 를 음미하듯 읽고 써내려갔어야 했지만, 마음이 앞서고 시간에 쫓겨 서둘렀다. 그 여파는 논문의
                 도처에 나타난다. 그러나 김지하의 우주생명학과 함께 본격적으로 천부경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

                 는 느낌은 첫 걸음을 뗀 아기의 마음 같은, 마치 천부경을 처음 읽을 때의 오묘하게 차오르는 감동

                 같은 것이다. 아마도 묘연(妙然)일 것이다.
                   김지하가 보는 천부경의 ‘一’, 즉 ‘한울’은 ‘영원한 푸른 하늘’이자 ‘한없이 넓고 끝없이 길고 끊임
                 없이 생성하는 무궁 무극 무한의 우주로서 그것은 늘 비약하고 변화하며 흔들린다.’ 천부경의 ‘한

                 울(一)’은 다의적이며 다층적이다. 즉, 영원한 푸른 하늘이지만 ‘하나’라는 서수와 동일의 개념도

                 무시할 수 없다.
                   천부경의 ‘一’을 一氣로 보는 전병훈은 ‘一始無始’를 一이 無(혹은 無始)에서 시작했다고 보면서
                 ‘無 ⤑ 一氣 - 氣 ⤑ 天地’의 순서로 우주만물이 생성된 것으로 해석한다. 이와 같은 본원-파생적,

                 시간적 순서로 우주만물의 시작과 탄생을 바라보는 관점은 김지하의 ‘창조적 시간관’, ‘비선형적

                 원만 우주생성관’에 의해 극복되어야 한다.
                   최민자의 변증법적 논리구조에 의한 천부경 해석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변증법 자체
                 가 바로 천부경에 의해서 그리고 선후천융합대개벽의 관점에서 넘어서야 하는 선천시대의 周易,

                 혹은 서유럽 중심의 조작과 생산 만능의 물질개조의 세계관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시인 김지하

                 는 이와 같은 ‘주역변증법(周易辨證法)’을 넘어 불연기연(不然其然)의 인식방법론으로 천부경을 읽
                 어야 함을 역설한다.
                   천부경의 ‘一’을 ‘궁극적 실재’, ‘우주의 본원’, ‘우주만물의 운행의 근본원리’ 등으로 해석할 때

                 의 위험성과 문제점은 마치 어떤 근본적인 뿌리나 실재 혹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원리가 있어서

                 우주만물이 생성되어 나오고, 파생되는 듯한 느낌과 관련된다. 김지하에 의하면 ‘一’ 곧 ‘한울’은
                 어떤 본체가 있어서 거기로부터 나오거나,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 존재적 개념이 아니며, 오히려



                 70) 김용연, 『천부경정해』(서울: 지식과감성, 2021),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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