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1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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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지하의 천부경 연구 최무영
이다. 12)
전병훈은 ‘一’을 一氣로 보고 있는데 이는 ‘우주만물의 근원인 道에 氣가 내재’해 있다고 보는 중
국 도가의 영향으로 보인다. 전병훈 주해의 첫 문장에서 보듯이 우주만물의 생성의 순서가 전제된
다. 즉, 전병훈은 ‘一始無始’를 一이 無에서 시작했다고 보면서 ‘無 ⤑ 一氣 - 氣 ⤑ 天地’의 순서로
우주만물이 생성된 것으로 해석한다. 다음으로 ‘一始無始’를 一이 無始에서 시작했다고 보는 관점
에서 無始는 無極이자 太極이며 이 太極은 음과 양을 생성한다고 본다. 따라서 ‘무시 = 태극, 일기
= 원신’이 되기 때문에 전병훈의 관점에서 우주만물의 생성의 순서는 ‘무시 · 태극 ⤑ 일기 · 원신
⤑ 천지만물’인 것이다. 13)
본고의 Ⅲ.2.4)항에서 상세하게 살펴보겠지만, 천부경은 처음(始)과 끝(終), 앞과 뒤, 또는 소위
상승(上昇)과 하강(下降)을 전제하는 ‘선형적(線形的) 시간관’ 혹은 ‘목적론적 역사주의, 순환적 시
간관’ 14)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이 경전에 내재한 풍부한 의미를 포착할 수 있다.
천부경 해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시간’을 언급한 김지하는 새로운 ‘창조적 시간관’을
제시했는데, 이른바 ‘비선형적 원만 우주생성관’이다. 15) 이 관점에 의하면 우주만물의 생성변화
에 있어서 ‘균질화된 시간은 없으며, 지금 여기서 전방위적으로 확장, 반복하고 또한 수렴하며 거
듭되는 차원 변화를 통해 순환하면서 진화하는 무궁무궁한 생명 생성 과정’이 있을 뿐이다. 16)
즉, 천부경의 ‘一’, 곧 ‘한울’은 첫 시작이 있는 듯하나, 없고, 끝(終末)이 있는 듯하지만, 전혀 끝
날 줄을 모른다. ‘한울’은 항상 스스로 존재하며, 다른 어떤 무엇으로 인해 존재하거나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 있음’인 것이다.
2. 천부경의 변증법적 구조 : 최민자의 ‘一’ 해석
최민자는 자신의 『천부경 삼일신고 참전계경』(2015)에서 천부경의 구조를 상경(上經) 천리(天
理)와 중경(中徑) 지전(地轉) 그리고 하경(下經) 인물(人物)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17) 최민자의 견
해를 좀 더 살펴보면, 천부경 81자는 변증법적인 정반합의 구조, 즉 ‘본체 - 작용 - 본체와 작용의
(이근철 주해, 2021), 63쪽.
12) 天地從虛無中生 有天地之先 具混沌一氣 冲漠無胲 故 曰無始也 無始則無極也 無極而太極 太極動而生陽 精而生陰 天
地始立 子丑之會 故曰 一始終無始也 一者 太極之一 元神動能力 是也. 전병훈(이근철 주해, 2021), 63쪽.
13) 전병훈(이근철 주해, 2021), 63-66쪽.
14) 박영신, 「김지하 생명사상에 있어 인간의 지위」, 85쪽, 『철학연구』 119집 대한철학회, 2011.
15) 김지하(2014), 41-43쪽.
16) 박영신(2011), 86쪽.
17) 상경(上經) 천리(天理) : 一始無始一 析三極 無盡本 天一一 地一二 人一三 一積十鉅 無匱化三
중경(中徑) 지전(地轉) : 天二三 地二三 人二三 大三合六生七八九 運三四 成環五七
하경(下經) 인물(人物) : 一妙衍萬往萬來 用變不動本 本心本太陽 昻明 人中天地一 一終無終一,
최민자 주해, 『천부경 삼일신고 참전계경』(서울: 모시는사람들, 2015), 5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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