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4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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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경 분과


                 희 정권의 폭압 속에서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발아하기 시작한 생명 혹은 살아있음(생존)에 대한

                 관심은 1980~90년대를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개화한다, 21세기 초 한국사회에 회오리바람을 불
                 러일으킨 ‘붉은 악마’의 문화적 충격과 한류,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문명사적 전환의 조짐

                 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재해석한 시인은 민주화 운동, 생명사상, 율려, 후천개벽을 넘어 궁궁 유
                 리(琉璃) 화엄대개벽       24) , 즉 우주생명학으로 나아갔다. 김시인의 이와 같은 우주생명학을 가능한

                 한 그의 표현을 빌려 요약해 본다.
                   김지하의 ‘우주생명’은 한편으로 마음의 문제와 연결된다. 즉, 김지하에 의하면 ‘물방울 안에 마

                 음이 있다는 학설은 (---) 이제는 진화론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담론이 되고 있다’. 다시 말하
                 면 김지하는 ‘쇠에도 마음이 있고 물방울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일리아 프리고진                            25) 이 물방울 안

                 에 있는 마음이 상호커뮤니케이션에 의해서 기화라는 미래체제를 결정하는 과정을 연구하여 노벨
                 상’을 받은 것은     26)  우주생명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많은 점을 시사한다‘고 본다.

                   김시인의 ‘우주생명론’은 神, 靈, 火, 物, 成, 그리고 形을 총체적인 일원적 자기 조직화 과정의
                 이러저러한 측면으로 밝히되 그 전체적 유출 속에 통합함으로써 창조론과 진화론을 넘어서는 창

                 조적 진화론이라 할 수 있다. 즉, 몸과 마음, 정신과 물질의 분리라고 하는 ‘오랜 이원론을 근원적으
                 로 넘어서서 정신과 물질 사이의 관계를 숨겨진 것이 드러나는 유출 과정 속에 일원론적으로 통합

                 함으로써 관념론과 유물론의 대립을 넘어’선다.                  27)  또한 김시인에 따르면 ‘우주생명은 진화하되
                 직선적이고 종말론적이 아니라, 무한 순환하면서 진화하며 양적 수렴 중심으로 진화하는 것이 아

                 니라, 사방 팔방 시방’으로 즉, ‘전방위적으로 무궁무진하게 질적 확산’하는 가운데 진화한다.                                 28)
                   본고의 주제인 『천부경』과 마찬가지로 김지하의 우주생명학에 있어서 시간의 문제는 매우 중요

                 하다.



                    시간은 오직 삶의 주체가 지금 여기 실존적인 우주적 자기 성취를 하는 순간에만, 그리고 그것을
                    전방위로 확산, 실현하는 한에서만 심오한 의미를 띠고 자각되는 창조적인 생명의 시간으로 살

                    아날 뿐이지요. 이것은 인격적 주체만이 아니라 우주의 숱한 비인격적 주체 안에서도, 그리고 인
                    간의 탁월한 자각만이 아니라 물질 입자내의 희미한 앎에 의해서도 마찬가지로 그러하지요.                               29)



                   김지하는 인간의 삶의 원초적 비밀과 삼라만상의 창조와 진화의 깊은 비밀은 ‘모심’(侍)에 있다

                 고 본다. 즉 ‘모심은 모든 존재의 비밀이며, 모시지 않는 존재는 이 세상에 없음’을 강조한다. 그는

                 24) 궁궁(弓弓)은 동학의 진정한 세계상이요, <유리>는 정역의 앞으로 올 춘분 추분 중심의 4천년 유리세계와 <세계
                 여권운동>의 상징적 목표인 <유리천정>의 그 ‘유리’다. 김지하(2018), 12쪽.
                 25) 일리야 프리고진(1917 - 2003) : 러시아 태생의 벨기에 물리학자, 화학자.
                 26) 김지하, 『셋 둘 그리고 혼돈』(서울: 솔과학, 2000), 175쪽.
                 27) 김지하, 『생명학 1』(서울: 화남 2008), 72쪽.
                 28) 김지하(2008), 118쪽.
                 29) 김지하(2008), 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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