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9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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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지하의 천부경 연구 최무영
단순히 첫 번째라는 서수로 혹은 동일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6)
본고의 한계는 천부경 전체의 맥락 속에서 ‘一’을 살펴보지 못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천부경 전
체 내용을 압축하고 있는 ‘묘연’(妙衍), 不然其然으로 해석할 수 있는 ‘석’(析), 천부경 이해에 필수
적인 ‘一’부터 ‘九’까지의 숫자에 내포된 다의성을 함께 검토했더라면 ‘한울(一)’의 깊은 뜻을 파악
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아울러 ‘걸림 없음’으로 해석되는 ‘무궤’(無匱), 이태극(二太極)과
삼태극(三太極)의 미묘함, 축적, 순환을 뜻하는 ‘대삼합’(大三合), 천부경의 최정점인 ‘인중천지
일’(人中天地一), ‘시’(始)와 함께 반드시 다루어야 할 ‘종’(終)의 의미 등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천부
경 연구에서 빠지지 않고 논의되는 끊어 읽기의 문제도 상세하게 다루지 못했다.
이어지는 다음의 연구에서 ‘한울(一)’의 의미를 훨씬 더 포괄적으로 그리고 깊이 있게 분석할 수
있을 기회가 오리라는 믿음으로 그리고 지금까지 강단사학, 재야사학계를 막론하고 김지하의 천
부경 해석을 다룬 연구는 본고가 처음이라는 기이한 현실(?)을 위안으로 삼으면서 위와 같이 본고
연구의 범위를 획정하고자 한다.
2) 연구 방법
본고의 연구대상인 『천부경』 전문은 안경전, 최민자, 전병훈의 저서에 수록되어 있는 내용을 참
고로 했으며, 김지하의 『초미』에 해석과 함께 실려 있는 부분을 주로 다루었다. 본고는 먼저 김지
하의 초미를 비롯한 우주생명학과 관련된 저서와 2차 문헌을 조사하고 분석한 후 천부경에 대한
각 연구자들의 해석과 그 해석의 배경을 분석했다.
특히 김지하는 자신의 연구를 기존의 학계에 일반화된 학술문헌연구 형식으로 발표하지 않았
다. 그는 산문과 수필, 단상, 수상록, 강의록과 같은 방식으로 저술했다. 이와 같은 저술방식은 시
인 자신이 오랫동안 몸 담아온 문화예술계와 미학연구 분야에서는 주지의 사실로 알려져 있기 때
문에 주로 미학과 문학평론의 형태로 많은 연구문헌과 자료가 생산되어 축적되었다. 그러나 서구
적 학제의 엄격한 틀에 얽매이지 않는 김시인의 이러한 자유로운 저술방식은 문화예술계 이외의
역사학계 그리고 철학과 사상계의 연구자들에게는 생소하게 비쳐졌을 수 있다. 시인의 철학적, 사
상적 면모가 부각되기 어려웠던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김시인은 이미 사회개혁운동에 참여했던 젊은 시절부터 미학과 정치경제, 역사와 문화, 문명전
환의 연결고리를 찾고자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했다. 본고를 통해 김지하의 시와 문학, 미학 뿐 만
아니라 그의 역사관과 문명관, 우주관 그리고 그가 독창적 방법으로 펼치고 있는 동서양의 易사상
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를 기대한다.
본고는 천부경과 특히 천부경의 ‘一’이 지닌 다의적 측면을 다양한 관점, 특히 김지하 시인의 우
주생명학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특히 김시인의 천부경 해석과 이 해석
6) 이근철(201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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