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8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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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경 분과
최치원이 『천부경』을 세상에 다시 전하게 된 이후 고려 말기에는 이색李穡 17) (1328~1396)과
범세동范世東 18) 이 『천부경』의 주석서가 존재했을 정도로 『천부경』에 대한 연구도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러나 유교를 숭상하는 한양 조선에서는 유교 경전에만 뜻을 두고 성리학에 배
치되면 사문난적으로 모는 풍조로 인해 『천부경』이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지금까지 『천부경』에 대한 가장 오래된 문헌은 1920년 북경에서 출간된 전병훈全秉薰 19) (1857
∼1927)의 『정신철학통편』으로 알려져 있다. 1918년에 단군교檀君敎 간부인 윤효정尹孝定 20)
(1858~1939)으로부터 『천부경』을 전해 받은 전병훈은 1년의 연구 끝에 『천부경』 원문과 주석을
『정신철학통편』의 서두에 넣어 출간했다. 21)
이 『천부경』은 지난해 정사년(1917)에 동한東韓의 서쪽 영변군 백산에서 이제 막 나타났는데,
백산에서 약초 캐는 계연수라는 한 도인이 있어, 깊은 산중에 들어갔다가 석벽에서 이 글자를 발
견하고 조사照寫했다는 말을 들었다(此經至昨年丁巳 始出韓西寧邊郡白山 有一道人桂延壽採
藥白山 窮入山根 石壁見得此字 照寫云耳). 22)
전병훈이 윤효정으로부터 전해 받은 『천부경』은 계연수와 관련이 있다. 20세기에 들어와서 『천
부경』을 거론할 때 직‧간접으로 계연수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계연수는 묘향산에서 『천부
경』 81자 23) 를 발견하고 1917년 1월 10일에 단군교 본부에 이 사실을 편지로 알렸다. 그 내용이
단군교 기관지인 《단탁檀鐸》의 창간호(1921. 11. 28.)에 「계연수기서桂延壽寄書」로 실려 있다.
그러나 계연수가 묘향산에서 『천부경』을 발견하였다는 사실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 논란의 핵심
은 「계연수기서」의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지 못한데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4) 「계연수
17) 이암李嵒의 『태백진훈太白眞訓』에 의하면 이색李穡은 이암의 문하로 기록되어 있다. 이색은 이암의 묘지명墓誌銘
을 지었으며, 『목은시고牧隱詩藁』卷之四 「마니산기행摩尼山紀行」에서는 “또다시 선원사禪源寺를 지나다가 도중에 해
운당海雲堂을 바라보다(重過禪原寺. 途中望海雲堂.)”라는 시를 남겼다.
18) 호는 복애伏崖로 『북부여기』를 지었다. 『태백일사』 「고려국본기」에 의하면, 행촌杏村 이암李嵒, 이명李茗, 범장范
樟이 천보산天寶山에서 소전거사로부터 환단시절부터 전해 내려온 진결(桓檀傳授之眞訣)인 신서神書를 얻었다.
19) 전병훈은 나성군羅城君파 52세손이다. 『全氏總譜總錄』(1931)에는 전병훈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
는 중국인 제자 윤량尹良, 왕동王桐 등의 글이 실려 있다. 윤량은 「全成菴夫子實行隨錄」에서 『정신철학통편』을 “문인이
스승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세계 29개국의 150개 대학과 미국, 프랑스, 스위스의 세 대통령에게 배포하였다(門人仰布世
界 二十九國 百五十大學 及美法瑞三總統).”라고 하였고, 또 왕동은 「諸家題評集」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계의 대통령
- 동방의 명사 단재 신채호가 말하길, “세계를 통일하여 만세토록 바뀌지 않는 대통령이 선생이 아니라면 누가 다시
그 사람이겠는가?”라고 하였다.(世界總統 - 東韓名士 申公采浩號丹齋曰 一統世界 萬世不遞之大總統 非先生誰復其人耶).”
20) 『단군교부흥경략』(1937)에는 정훈모가 발표한 단군교 간부명단인 大誠師 6명, 大宣師 65명의 명단이 나온다. 윤
효정은 大宣師 명단에 나온다.
21) 전병훈 저‧임채우 역, 『완역 정신철학통편』(서울: 인월담, 2021), 87~88쪽 참조.
22) 全秉薰, 『精神哲學通編』 券一, 「東韓神聖檀君天符經 註解緖言」(중국: 북경, 1920)
23) 단군천부경 81字 신지비문을 풀어 그 글자를 공경하게 새겼다. 백산의 최치원 천부경도는 왼쪽과 같다(檀君天符經八
十一字神志篆見於古碑文解其字敬刻 白山 崔 致 遠 天符經圖난 左와 如하니라), 「天符經圖」, 《檀鐸》 창간호(1921. 11. 28.).
24) 『환단고기』를 위서로 주장하는 자들의 대부분이 계연수와 『환단고기』와 관련된 내용을 전한 이유립의 주장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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