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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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학문: 우리 정신의 철학적 복원 이승종
[부여인들은] 굳세고 용감하면서도 신중하고 성실하며 노략질을 하지 않는다. […] 은나라 역법
으로 44) 정월이 되어 하늘에 제사를 올릴 때에는 온 나라 사람들이 큰 모임을 가지고 며칠 동안
마시고 먹고 노래하고 춤을 추는데 [그 모임을] 영고(迎鼓)라고 부른다. 45)
[부여인들은] 길을 다닐 때에는 낮이든 밤이든 늙든 어리든 가릴 것 없이 어김없이 노래를 부르
기에 하루 종일 [노래]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46)
부여는 고조선에서 나왔고 47) 고구려에 병합되었지만 백제에 의해 계승되었다는 점에서(김운회
2010) 우리의 역사적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고대국가이다. 기록 속의 부여인은 하늘을
숭상하고 축제와 예술을 사랑하는 낙천적 영혼의 소유자이다. 저러한 기록을 남긴 중국인(진수)에
게 감사하지만, 기록에 묻어있는 부러움은 어쩌면 부여인의 저러한 면모가 고대 중국인들에겐 상
대적으로 부재(혹은 부족)했던 까닭에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비록 지금은 전하지 않지만 음악
을 저리도 사랑한 부여인에게는 세상을 음악정신으로 이해하는 긍정적 철학이 있었을 것이다. 48)
“부여의 또 다른 갈래” 49) 인 고구려에 대해서 <동이전>은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고구려]는 좋은 농지가 없어 아무리 애를 써서 농사를 지어도 입과 배를 채우기에 넉넉하지 못
하다. [고구려인들은] 습속에서 먹는 것은 아끼지만 궁전을 조성하는 것은 좋아해서 사는 집 좌
우로 큰 건물을 세우고 [그곳에서]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한편 영성(靈星) 50) 과 사직(社稷)에
도 제사를 지낸다. 그 나라 사람들은 기질이 거칠고 급한 데다, 노략질하기를 좋아한다. 51)
[고구려] 백성들은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좋아하여, 나라의 촌락마다 저녁나절만 되면 남녀가
무리를 지어 모여 서로 노래하며 놀이를 즐긴다. […] 그 나라 사람들은 깨끗한 것을 좋아하고, 술
을 잘 빚는다. […] 길을 다닐 때에는 한 결 같이 빨리 걷는다. 시월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때
문에 온 나라에서 큰 모임을 갖는데 이를 동맹(東盟)이라고 부른다. […] 그 나라의 풍속은 음란
44) 당시 중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던 은나라 달력을 은나라 멸망 이후 천년 이상이 지난 시기에 여전히 사용한 것은
부여와 은나라가 같은 동이 계통의 나라였음에 기인한다고 본다.
45) 陳壽, 三國志 , 卷30, 「魏書」, <東夷傳>, 【夫餘條】, 性彊勇謹厚 不寇鈔 […] 以殷正月祭天 國中大會 連日飮食歌舞
名曰迎鼓
46) 陳壽, 三國志 , 卷30, 「魏書」, <東夷傳>, 【夫餘條】, 行道 晝夜無老幼皆歌 通日聲不絶
47) 朝鮮王朝實錄 , 「世宗實錄」, <地理志>, 【平壤府條】, 朝鮮尸羅高禮南北沃沮東北扶餘濊與貊 皆檀君之理
48) 이 음악정신은 그것이 담고 있는 긍정적 철학과 함께 다음 구절에서 보이는 고구려뿐 아니라 백제, 신라, 가야로
이어졌을 것이다.
49) 陳壽, 三國志 , 卷30, 「魏書」, <東夷傳>, 【高句麗條】, 東夷舊語以爲夫餘別種
50) 농사를 주관하는 별.
51) 陳壽, 三國志 , 卷30, 「魏書」, <東夷傳>, 【高句麗條】, 無良田 雖力佃作 不足以實口腹 其俗節食 好治宮室 於所居之左
右立大屋 祭鬼神 又祀靈星社稷 其人性凶急 喜寇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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