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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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문화 분과


                   천지인(天地人)을 우주의 기본원리로 하는 삼재론에서 삶의 세계는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을 포

                 함하는 만물이 있는 세계로 한정된다. 이는 “신을 갖지 않은 중국 문명”(小南一郞 1995a, 48쪽)에나
                 부합할 뿐 사람이 죽은 뒤 혼령이 돌아가는 타계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우리의 샤머니즘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천상의 세계가 지상의 세계와 대등한 권한을 행사하고 사람이 두 세계를 자유로
                 이 넘나들고 있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세계는 중국의 현세주의적 삼재론을 초월해있다. 그럼에도

                 1·3론이나 3수 분화론은   천부경  의 삼재론을 우리의 고대철학으로 간주하면서   천부경  의 구절
                 인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의 인간중심주의를 우리 사유의 정수로 간주한다.                             41)  그러나 샤머니

                 즘은 문명화 과정과 맞물려 있는 인간중심주의와 개념적 분화 이전의 시원 사유이다.
                   우실하 교수는 천지인 삼재론을 북방 샤머니즘의 삼계론(三界論)에 대응시킨다. 삼재론의 천

                 (天)은 삼계론의 하늘세계에, 삼재론의 지(地)는 삼계론의 지하세계에, 삼재론의 인(人)은 삼계론
                 의 인간세계에 대응한다는 것이다(우실하 2012, 220쪽). 이는 샤머니즘을 자신의 3수 분화론에

                 포섭시키기 위한 작업인 것 같은데, 삼재론과 삼계론의 근본적 차이를 무시한 무리한 시도이다.
                   삼재론의 천지인은 삼계론의 세 세계와 대응하지 않는다. 삼재론의 천(天)이 삼계론의 하늘세계

                 와 같이 혼령이 돌아가는 세계가 아니며, 삼재론의 지(地)가 삼계론의 지하세계인 것도 아니다. 그
                 러한 세계는 삼재론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으며 지하세계는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찾을 수 없다.                                   42)

                 그리고 삼재론의 인(人)은 삼계론의 인(人)과 동일한 사람이 아니다. 전자는 샤머니즘을 믿지 않는
                 현세적인 사람이고 후자는 샤머니즘을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두 종류의 사람이 살고 있는

                 각각의 인간세계가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내포적 차이를 무시하고 3이라는 숫자에 초점
                 을 두는 3수 분화론은 우리의 사유를 포함한 동양적 사유와는 어울리지 않는 외연론(外延論)이

                 다. 43)



                 Ⅴ. 즐거운 동이



                   중국측 사서인   삼국지   「위서」 <동이전>이 전하는 우리 민족에 대한 기록은 유교적 엄숙주의

                 를 머금은 우리측 선가경전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





                 (조준희 2009, 90쪽).
                 41) 천(天)을 강조하는   천부경  에 신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천부경  과   삼일신고  를 하나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기존의 해석*에 대한 재고를 요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 이는   태백일사  의 「삼신오제본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42) 고분벽화의 위치가 바로 지하세계 아닌가 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고구려의 고분은 지하가 아닌 지상에
                 축조되어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43) 우실하 교수는   주역  을 포함해 중국의 유교는 음양(陰陽)의 2수 분화로, 중국의 도교와 북방 샤머니즘은 3수 분화로
                 대별하면서 우리의 전통을 후자에 연결 짓는다(우실하 2012, 3장). 그러나 고구려의 고분들을 위시해(윤병렬 2020, 157
                 쪽) 우리의 문화적 전통은 음양의 문법에 입각해 있다(이승종·홍진기 2015). 이에 대해서는 Ⅵ장에서 상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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