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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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문화 분과


                   철학자는 문명을 진단하고 그것이 나아가야할 바른 길을 제시하는 선지자이다. 샤먼의 시대에

                 는 샤먼이 그 역할을 담당했고 제정일치 시대에는 샤먼왕인 단군이 그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다.
                 우리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태곳적 흑신과 백신의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흑신과 백신을

                 현재로 호출해 복원하자면 그 색에도 시대에 맞는 변화가 있게 마련이다. 아울러 흑신과 백신을
                 이것 아니면 저것의 흑백논리로 이해해 조선의 유교처럼 사람의 동물성을 거세하고 만민을 도덕

                 군자로 교화하거나, 현대의 자본주의와 같이 일차원적 경제동물로 평준화하는 일방적 문화기획도
                 지양해야 한다. 요컨대 우리는 Black or White가 아니라 Ebony and Ivory를 지향한다. 두 요소

                 를 어떻게 배합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祕傳)의 연금술은 없다. 사안의 개별성을 무시한 선험적 탑
                 다운(top down)이 아니라 사안에 따른 경험적 바텀압(buttom up)의 유연성이 요청된다.

                   우리에게는 지금도 수 천 년 전 환웅과 웅녀의 이질적 전통을 한데 아울러 고조선이라는 새로운
                 문명을 창출해낸 단군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의 후예들이 펼쳤을 즐거운 학문을 원시반본(原始返

                 本)하여, 이성이 동맥경화를 앓고 있는 불임의 시대를 타개할 새로운 빛 내림으로 재구성해내야
                 한다. 그 빛은 온 세상을 구석구석 밝히는 광명이라기보다                     67)  하이데거가 표현했듯이 어두움과 밝

                 음이 만나는 접점에서 피어나는 서광과 같은 것이다(Heidegger 1964, p. 71). 즉 그 빛은 어두움
                 (흑신)을 간직한 채 밝히는 비은폐(aletheia)           68) 로서의 진리 사건을 상징한다. 시대의 질병을 진단

                 하고 치유하고자 그 빛 내림을 받는 샤먼의 소명을 철학자가 다시 본래적으로 떠맡을 때 즐거운
                 학문은 비로소 그에 의해 복원되고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흑신과 백신의 전통을 교직한 즐거운

                 학문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이, 생명이 고갈된 내용 없는 사유에 빠져있는 현대의 공허한 학문을 극
                 복하고, 개념 없는 직관이나 매스미디어의 프로퍼갠다에 자신을 내맡긴 맹목적 대중의 실종된 정

                 신을 회복하여 새로운 문명의 서광으로 다가올 미래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67) 그렇다면 그것은 이성중심주의의 강화나 완성에 해당할 것이다.
                 68) aletheia를 비(a)-은폐(letheia)로 읽을 때 우리는 비은폐가 은폐(어두움, 흑신)를 간직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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