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P. 40
정신문화 분과
대까지는 고조선에 대한 기억과 기록이 적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31)32)
위서 보다 훨씬 상세하게 단군사화를 전하는 고기 의 편찬연대를 알 수는 없지만, 우리는 고
기 가 전하는 단군사화에서 후대의 윤색과 한문이라는 매체에 의한 왜곡을 가려내 우리 샤머니즘
의 원형을 복원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Ⅳ. 3수 분화?
단군사화는 우리 역사의 시원에 해당하는 고조선을 건국한 단군의 탄생을 신화적 장치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1908년간 존속했다는 고조선의 역사를 포함해 그 이전의 환인, 환웅과 그 이후의
한사군에 이르기까지의 장구한 세월을 한 장(章)에 담고 있는 삼국유사 「고조선조」는 우리 상고
사의 압축파일에 해당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재세이화(在世理化)나 홍익인간(弘益人間)과 같이 후
대의 한자로 옮겨 담아낸 우리 고유의 철학소들(哲學素; philosophemes)도 보인다.
그동안 단군사화는 주로 신화와 역사의 관점에서, 그리고 간헐적으로 철학의 관점에서 조명되
어왔을 뿐 거기에 묘사된 샤먼의 탄생과정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샤먼은 신 내림을 받는 자인
데 단군사화에서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은 곧 신이고 그 환웅과 하나 되는 웅녀가 바로 샤먼인 것이
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굴속에서 쑥과 마늘을 받아먹으며 삼칠일간을 금기하는 웅녀의 고행은
샤먼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 고행은 본능에 묶여 있는 동물의
익명성을 스스로의 의지로 탈피하고 신과 마주하는 각자성을 지닌 단독자로 거듭나는 사람됨의
과정이기도 하다.
호랑이도 버티지 못한 고행을 견뎌낸 웅녀의 정성으로 그녀는 환웅과 혼인하여 단군을 낳게 되
고, 단군은 웅녀의 토착 샤머니즘과 환웅의 외래문명 33) 을 접합하여 고조선을 건국하기에 이른다.
인고(忍苦)의 수행 끝에 웅녀가 구현해낸 각자성의 깨달음이 국가라는 보편성의 차원에서 실현됨
을 보임으로써 단군사화는 우리에게 시원의 시공간에서 피어난 역사, 철학, 수행의 삼학(三學)을
31) 돈황문서의 하나로서 652년부터 658년 사이에 찬술된 것으로 추정되는 토원책부 (兎園策府)는 지금은 실전된
위략 (魏略)을 인용해 고조선에서 해마다 10월이 되면 무천(舞天)이라는 제천(祭天)행사가 열렸고, 소 발굽의 형상으
로 길흉을 점치는 우제점(牛蹄占)이 행해졌음을 기록하고 있다(윤용구 2005). 이는 고조선이 샤머니즘 국가임을 보여
준다. 무천은 예(濊)의 풍습으로,* 우제점은 부여의 풍습으로 각각 알려져 왔는데** 저 기록으로부터 우리는 저 풍습이
고조선으로 소급된다는 점에서 저 국가들이 고조선을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陳壽, 三國志 , 卷30, 「魏書」, <東夷傳>, 【濊條】, 常用十月節祭天 晝夜飮酒歌舞 名之爲舞天
** 陳壽, 三國志 , 卷30, 「魏書」, <東夷傳>, 【夫餘條】, 有軍事亦祭天 殺牛觀蹄以占吉凶
32) 통일신라를 거쳐 고려에 와서는 이미 단군과 고조선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단군사화를 전하는 일연
자신이 주석을 통해 단군과 고조선에 대한 이런저런 이견과 의문을 던지고 있음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삼국사기 에
단군과 고조선이 누락된 것도 이러한 저간의 사정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군과 고조선이 실제 역사가 아님을
방증한다기보다는 세속화 과정이라는 문명의 흐름에서 생겨나는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33) 환웅이 거느린 풍백, 우사, 운사라는 관직명이나 그가 주관한 곡식, 생명, 질병, 형벌, 선악 등 인간 세상의 360여
가지 일은 환웅이 웅녀의 샤머니즘을 넘어서는 문명의 전령임을 시사한다. 환웅의 체계(관직)와 개념(360여 가지 일)은
샤머니즘에는 낯선 문명적 기제이다.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