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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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학문: 우리 정신의 철학적 복원  이승종



                 선사하고 있다.

                   고조선을 계승한 고구려가 남긴 위대한 예술작품인 고분벽화는 우리의 샤머니즘을 우주적 차원
                 에서 그려내고 있다. 환웅의 고향인 하늘을 수놓고 있는 일월성신(日月星辰)이 신화적인 양식으로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고, 영기화생(靈氣化生), 기운생동(氣韻生動)의 예술문법이 자유분방하고도
                 웅혼하게 구현되어 있다. 이 기(氣)의 주재자를 샤먼으로 볼 때 고구려의 고분벽화는 샤머니즘 예

                 술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천부경  과   삼일신고  에 바탕을 둔 정경희 교수의 1·3론(정경희 2007b)                   34) 이나 우실하 교수

                 의 3수 분화론(우실하 2012)       35) 은 정작 우리 상고사의 대표적 예술작품인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 3족오(三足烏) 이외에는 저 프레임에 해당하는 요소가 보이지 않는 반면, 천상

                 계와 지상계(2), 해와 달(2), 4방위에 기초한 4신도(四神圖)와 4수도(四宿圖),                      36)  남두6성, 북두7
                 성, 12달, 37)  28수(宿) 등 저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요소들이 주종을 이룬다.                   38)  하늘을 숭상하는 우

                 리 민족이 밤하늘에 새겨넣은 저 숫자들의 체계는 기존의 1·3론이나 3수 분화론의 도식적인 등식
                 과 들어맞지 않는 것이다.         39)  이로부터 우리는 저 등식이 근거하고 있는   천부경  과   삼일신고  가

                 고구려 고분벽화에 표현된 세계관과 어우러지는 경전이 아니라는 추론을 할 수 있다.                                 40)


                 34) 정경희 교수는   부도지  (符都誌)도 1·3론으로 해석하고 있다(정경희 2007a).
                 35) 우실하 교수는 1-3-9-81을 성수(聖數)로 본다.
                 36) 해와 달, 북두칠성과 남두육성을 지칭하는 김일권 교수의 용어로 그는 ‘四宿圖’의 ‘宿’을 ‘묵을 숙’이 아닌 ‘별자리
                 수’로 읽는다(김일권 2008b, 106쪽).
                 37) 진파리 7호분에서 출토된 열두 구슬 세발 까마귀에 달린 열 두 구슬에 대한 김일권 교수의 해석(김일권 2008a,
                 74쪽)인데 이 외에도 그것이 황도 12궁이나 12간지의 형상화라는 해석도 있다(윤병렬 2020, 333쪽).
                 38) 그 대표적인 예로 덕화리 2호분을 들 수 있는데 김일권 교수에 의하면 ““연화장-4방위천문-8각공간-9천-28수-4
                 신도”라는 상당히 복합적인 우주론 모식이 동시에 결합되어 있는 흥미로운 무덤이면서 고구려의 역사천문학적 의의가
                 돋보이는 무덤이다”(김일권 2009, 12쪽). 김일권 교수가 파악한 우주론 모식도 1·3론이나 3수 분화론과는 맞지 않는다.
                 39) 별자리란 별의 위치에 대한 관측으로 매겨진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경험적 사안이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별자리는 각각의 별들의 위치를 어떻게 연결 짓느냐에 따라 달리 형성될 수 있다. 지각에 개념이 개입하며 경험에 이론
                 이 적재된다(theory ladenness)는 현대과학철학의 성과는 별자리에도 유효하게 적용 가능하다. 박창범 교수에 의하
                 면 “고구려 고분에 그려진 별자리들은 전체적으로 보면 중국의 고분 성수도에 표현된 별자리들과는 종류가 다르고
                 벽면에 투영한 천문도 제작 개념도 다르다”(박창범 2009, 37쪽). 예컨대 고구려 고분벽화에 자주 등장하는 카시오페아
                 자리는 중국에는 없는 성좌이다(김일권 2008a, 45-46쪽).
                 하늘에 대한 관념은 땅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대인들은 하늘의 별자리를 본따 도시를 구획하고(Eliade 1949, p. 6)*
                 성품(혹은 본성)도 하늘이 내린 것으로 생각했다(  중용  , 1장). 지금도 망자(亡者)의 혼이 북두칠성으로 돌아간다는
                 믿음이나 죽음을 관장하는 북두신에 대한 믿음을 상징하는 칠성판(七星板)을 시신을 안치하는 관 바닥에 깐다(윤병렬
                 2020, 227쪽).
                 * 우리의 경우 경주가 그 한 예이다. 이용환 2009 참조.
                 40) 1·3론이나 3수 분화론의 대표적 전거가 되는   삼일신고  의 세 판본 중에서   신사기  본만이 분장(分章) 없이   신
                 고  로만 표기되어 있어 저 경전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이승호 2009, 297쪽).   삼일신고  의 모든 판본
                 에서 3(3진, 3망)은 5장에서만 발견되는데, 이로부터 우리는   삼일신고  의 원 이름이   신고  이고 삼일은 5장을 추가하
                 고 분장을 하는 과정에서 덧붙여진 것이 아닌가 하는 추론을 해본다.* 그랬을 때 1·3론이나 3수 분화론은   신고  의
                 원형에 근거했다고 보기 어렵다.
                 * 그러나 1918년에 인쇄된   신사기  가 2007년에 발견되면서 이것이   신사기  의 최고본(最古本)이 되었는데 여기에
                 는   신고  가 수록되어 있지 않다. 조준희는 그동안   신사기  본으로 불리어온   삼일신고  는 후대에 가필된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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