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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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학문: 우리 정신의 철학적 복원 이승종
될 것임을 예고한다.
사료의 진위와는 별개로 중국의 사기 , 한국의 삼국사기 , 일본의 일본서기 를 근간으로 구
축된 한·중·일 세 나라의 국가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 나라 모두 한국의 선가 사서를 인정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요컨대 선가 사서는 그것이 모습을 드러내던 시기와 같이 기존의 패러다
임이 붕괴될 때에야 비로소 그에 합당한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선가 사서와 경전은 한문으로 씌어 있지만 14) 종교와 사상을 내용으로 하는 경전의 경우가 한문
이라는 매체에 더 크고 깊게 영향을 받는다. 경전의 개념어들이 모두 한문이다 보니 설령 그것이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 원래의 우리 고문자를 한문으로 옮긴 것이라 해도 한문의 조어법과 프레임
하에서만 표현될 수 있을 뿐이다. 이는 우리 상고사에 대한 삼국사기 이전의 정보를 중국측 사서
의 조선전이나 동이전에 나타난 중국인의 시각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확보할 수밖에 없는 처지
에 견줄 수 있다.
이러한 한계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선가 경전은 선가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를 당혹케 한
다. 주역 (周易)의 삼재론(三才論), 주돈이의 태극도설 , 소강절의 상수학(象數學)을 연상케 하
는 천부경 에서 중국과 구별되는 우리의 선가사상을 찾기란 어렵다. 우리 고유의 삼신(三神)신앙
의 출처가 되는 경전이라지만 정작 강조되는 것은 삼신이 아니라 삼재이다. 중국의 저러한 사유전
통을 계승하면서 고도의 추상적 사유를 펼치고 있는 이 경전을 환인이나 환웅의 시대로 소급시키
는 것 15) 은 무리라고 판단된다.
삼일신고 의 경우 조선 성리학에서 사용되어온 유교적 개념이 다수 등장하면서 이들이 3이라
는 범주에 다소 인위적인 방식으로 배속되는 5장은 그 앞의 네 장과 내용면에서나 분량면에서나
확연한 차이를 이룬다. 16) 3진(三眞)을 선무악(善無惡) 청무탁(淸無濁) 후무박(厚無薄)으로 규정하
는 태백일사 본이 3진을 무선악(無善惡), 무청탁(無淸濁), 무후박(無厚薄)으로 규정하는 신사
기 본과 발해석실본보다 더 유교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17) 그 어느 경우에나 이 경전을 환웅( 신
사기 본과 태백일사 본 18) )이나 단군(발해석실본 19) )의 강론 기록으로 간주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된다.
성경팔리 는 이상적 인간상을 군자로 보고 있을뿐더러 여성의 수절과 정절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20) 유교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경전이다. 21) 저러한 도덕률은 고조선의 팔조범금에도 보
14) 단기고사 의 경우에는 한문 원문이 아닌 한글 번역문의 형태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15) 李陌, 太白逸史 , 「蘇塗經典本訓」, 天符經 天帝桓國口傳之書也 桓雄大聖尊 天降後 命神誌赫德 以鹿圖文記之
16) 삼일신고 는 원래 4장까지 만이었는데 5장이 후에 추가된 것이라는 추론을 해볼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삼일신
고 에 대한 종래의 논의는 5장에 집중되어 있다. 앞으로 보겠지만 그 이유는 천부경 에 집중된 연구경향과도 일맥상
통한다.
17) 이에 대해서는 Ⅵ장에서 상론할 것이다.
18) 李陌, 太白逸史 , 「蘇塗經典本訓」, 三一神誥 本出於神市開天之世 而其爲書也
19) 任雅相, 「三一神誥注解」, 帝 檀帝
20) 성경팔리 , 2장 4단의 1, 2, 4부. ( 참전계경 의 편제로는 84-86, 88조.)
21) 그 외에 성경팔리 의 1장 2체 6용( 참전계경 의 편제로는 18조)은 대학 의 격물치지(格物致知)에, 5장 1조 3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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