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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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문화 분과
그렇다고 해서 조선, 유교, 중국의 삼위일체가 완전히 와해된 것은 아니다. 지금도 우리는 한국
의 역사와 철학을 조선과 유교에 치중해 연구하며, 조선 이전은 판타지이고 10) 유교 이외의 사상은
외래사상이거나(불교) 급이 떨어진다는(도교) 자의식과 편견을 지니고 있다. 중국에 대한 일반인
들의 반중정서에도 불구하고 위정자를 위시한 한국의 정치세력은 여전히 중국몽을 추종하고 있
다. 11)
Ⅱ. 선가 문헌 비판
유교의 영향력은 20세기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한국의 선가(仙家) 사서와 경전에도 짙게 배어
있다. 왕조사 형태로 씌어진 환단고기 , 규원사화 , 단기고사 가 그러하고, 선가(仙家)의 대
학 과 중용 으로 불리는 12) 천부경 과 삼일신고 나, 여성의 정절을 강조하는 성경팔리 가
그러하다. 우리 철학과 종교의 원류인 샤머니즘의 신명 넘치는 자유정신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
기 어렵다. 13)
20세기에 나타난 선가 문헌에 대해서는 그 내용이 결코 만만치 않은 것임에도 강단학계의 위작
설 이외에는 내용에 대한 본격적 비판이 없었다. 이는 강단과 재야학계의 무관심과 빈곤을 보여주
는 것으로 이러한 상황에서는 앞으로 어떠한 중요한 역사적 문헌이 발굴되어도 같은 운명을 겪게
10) 실제로 20세기에 나타난 선가 문헌들을 강단 학계에서는 모두 판타지로 간주하고 있다.
11) 2017년 12월 15일 베이징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을 “대국”이라 호칭하면서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
라”며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책임 있는 중견국가로서 그 꿈에 함께 할 것”*이라고 연설한 바 있다. 중국몽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리고 한·중관계에서 대국과 소국이 전통적으로 무엇을 의미했는지를 모를 리 없을 텐데도 저러한 맹세를
공적으로 했다는 사실은 국내 지배층의 인식이 아직도 조선의 관성을 타파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조선 이래로 이 땅에서 전개되어온 사대주의의 도도한 흐름을 간략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조선이 극단적 중화
관념론으로 기운 친명(明)사대주의를 폈다면, 그 이후에는 근대 과학기술문명에 경도된 친일사대주의로 변모하였다가
현재에 이르러서는 유대자본이 이끄는 글로벌리즘에 흡수되는 친미사대주의와 중국 공산당의 금권력에 종속되는 친
중사대주의로 분화하고 있다.
* https://webcache.googleusercontent.com/search?q=cache:alV_wvFpFxcJ:https://www.yna.co.kr/v
iew/AKR20171215067000001+&cd=1&hl=ko&ct=clnk&gl=kr
12) 桂延壽, 桓檀古記 , 「凡例」, 且其天符經三一神誥 兩書全文 俱在篇中 實爲郎家之大學中庸也
13) 이런 점에서 우리의 샤머니즘과 민속학, 역사학에 대한 이능화의 선구적 업적이 그에 대한 친일 프레임 때문에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진보사학자 이이화는 이능화에 대해 “조선사편수회에 참여한
일 이외에 적극적으로 친일한 흔적은 드러나지 않는다”면서도 “민족사 왜곡과 식민사학 확립의 주도자”(이이화 1993)
로 몰아세우고 있다. 심지어 그는 시대를 앞서는 이능화의 선구적 업적을 “현실 문제와 동떨어진” 것으로 폄하하고
있다. 이능화의 작품들은 관련 사료를 여기저기서 발췌하여 정리한 자료모음집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그가 조선사편
수회에 참여했기 때문에 참고가 가능했을 이 자료들 중에는 이제는 볼 수 없는 것들도 있어 더욱 가치가 높다. 아쉽게도
이능화의 작품들은 무관심 속에 이미 상당수가 한국전쟁으로 산일(散逸)된 상태이다.* 20세기의 문헌조차 제대로 간직
을 못하면서 학자를 갈라치고 프레임을 씌워 매장시켜버리는 우리 시대의 풍조는 조선의 사화(士禍)와 선가 사서(史書)
일괄 수거의 멘탈리티를 아직도 답습하고 있다.
* 고서 수집에 정성을 기울인 최남선이 모은 17만권의 서적도 한국전쟁 때 화재로 전부 소실되었으며 그 역시 조선사편
수회의 참여 경력으로 친일파의 낙인이 찍혀 있는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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