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2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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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문화 분과


                 하고 양극단을 상호 조화되게 하는 역설의 논리가 발달해 있는 것이 풍류라고 볼 수 있다. ‘근원적

                 인 것과 현상적인 것’, ‘개인적인 것과 조직적인 것’, ‘이치적인 것과 기운적인 것’ 등의 양극단이
                 충돌이나 대립함이 없이 모두 무르녹아 있는 것이다.

                   화랑도만 보더라도 이들은 신궁을 짓고 하늘에 제를 지내면서 근원적인 세계와의 관계를 맺었
                 다. 그러면서도 현세를 등지는 것이 아니라 땅에 발을 디디고 가정에는 효를 행하고 나라에는 충성

                 하며 문무(文武)를 겸비한 인재집단으로 현실세계에 깊숙이 관여하였다. 실제 고구려와 백제에 비
                 해 상대적으로 약체(弱體)였던 신라가 화랑도를 일으킨 후 크게 전성기를 누린 점을 보더라도 화랑

                 의 역할이 지대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상고시대의 제정일치(祭政一致)의 정치체제도 풍류의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준다. 단군

                 왕검이 대표적인데, 그는 신을 받들고 대변하는 제사장이자 단군조선을 다스리는 왕의 역할을 겸
                 하였다. 단군왕검(檀君王儉)의 명호도 이를 분명하게 드러내주는데, 단군(檀君)은 제사장의 뜻이

                 고, 왕검(王儉)은 정치적 군장을 뜻한다. 단군을 신인(神人)이라고도 하고 선인(仙人)이라고도 했으
                 니, 단순히 제사를 주관했다는 명분 차원이 아니라 신의 대행자 역할을 할 만한 경지에 도달한 성인

                 (聖人)이 권력을 쥐고 현실계를 다스리는 이상정치(理想政治)의 모습을 보여준다. 성인의 다스림과
                 교화가 널리 퍼졌으니, 뭇 백성들이 칭송하고 받들었다 한다. 이러한 성인지치(聖人之治)는 서양의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Plato, BC 427 ~ BC 347)이 부르짖었던 철인정치(哲人政治)와 궤
                 를 같이한다. 플라톤이 디온의 친족과 동료의 행복을 빌었던 편지에서 철인정치에 대한 그의 직접

                 적 견해를 확인할 수 있다.



                    디오뉘시오스는 통치 기간 내내 막강한 권력을 갖고도 정의 실현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제국에서 철학과 권력이 정말로 같은 사람 안에서 결합했다면 헬라스인들과 이민족을 포함한

                    전 인류에게 빛을 발했을 것이며 …           39)



                   플라톤은 철학을 갖춘 자가 권력을 행사할 때 전 인류에게 빛을 비출 수 있는 이상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여기서 철학자는 학문적 사유를 통해 철학을 연구하는 자를 뜻하기도 하지만

                 플라톤의 말을 빌어 살펴보면 인간의 궁극적 한도까지 도달한 자, 신과 같은 성인(聖人)을 뜻함을
                 알 수 있다.



                    “철학자는 신적이며 절도 있는 것과 ‘함께 지냄으로써’(homilon) 그 자신이, 인간으로서 가능한

                    한도까지, 절도 있고 신과도 같은 사람이 되네. …”              40)





                 39) 플라톤, 천병희 옮김, 『플라톤전집 Ⅶ』, 숲, 2019, 396~397쪽.
                 40) 플라톤, 박종현 역주, 『국가론』, 서광사, 1997, 4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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