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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원 「난랑비서」의 風流에 대한 고찰  이주희



                   놀랍게도 정반대의 양극단이 묘하게 결합되자 역사에서 오히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음

                 을 목도한다. 풍류의 세계는 모순관계를 조화시키고 융합하는 면모가 강렬하게 들어있다. 이것은
                 풍류도의 독특함과 우수성을 느끼게 해준다. 서로 상반된 특성이 대립하여 각각의 성격을 희석시

                 키는 것이 아니라 상생(相生)하고 상보(相補)하는 호혜적(互惠的) 관계를 이루면서 근원세계와 현
                 세까지 아우르는 풍류를 최치원이 현묘하다고 한 점이 또한 이해되는 바이다.



                   두 번째, 풍류에는 수(數)의 원리가 잘 구현되어있다고 보인다. 수는 거짓이 없는 정직한 자연의

                 언어로도 여겨져 온 바, 수의 원리가 적용되었다는 건 체계적 사고와 입체적 사고의 반영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또한 일차원적 접근이 아니라 다차원적 사고를 했다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삼(三)

                 의 원리가 발달한 것으로 생각된다.
                   최고(最古)의 경전으로 알려진 『천부경』에서 “一始無始一 析三極 無盡本”이라 한 것이 삼수원리

                 를 잘 말해준다. 우주의 궁극적 근원인 일자(一者)가 삼(三)으로 나뉘어서 변화를 일으키는데 그 변
                 화가 무궁무진하여 다함이 없다는 것이다. 쉬운 비유를 들어 풀이하자면 삼원색을 떠올릴 수 있다.

                 세 가지의 색만 갖추어지면 무궁무진한 색 조합이 만들어지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이처럼 만물의
                 근원이 현실에서 작용할 때 삼으로 작용한다는 것인데, 우리 선조들은 생명을 탄생하게 하는 존재

                 의 손길을 삼신(三神)할머니라 한다. 또한 환웅께서 신시(神市)를 열고 재세이화 홍익인간의 이념
                 을 뿌리내리신 그 구심점이 바로 태백산이자 삼신산(三神山)                      41) 이다. 삼(三)을 생명의 근원과 신의

                 교화를 펴는 근원지의 상징수로써 쓰고 있는 것이다.
                   “執一含三 會三歸一”도 그 뜻이 통한다. ‘하나를 잡으면 삼을 포함하고 있고, 삼을 모으면 하나로

                 돌아간다’하니 이것은 셋을 단순히 끌어모으는 ‘취(聚)’의 형상이 아니고 셋이 유기적으로 한 몸을
                 이루는 ‘집일함삼(執一含三)’을 말한다. 유불선의 핵심적 요소를 본래 포함하고 있던 한국의 자생

                 적(自生的) 풍류가 그러하였는데, 이는 점점 잊혀지고 후일 외래사상으로써 유불선이 각각 문화의
                 중대한 세 축을 이루게 되었다. 허나 고구려의 대막리지 연개소문(淵蓋蘇文)의 말을 살펴보면 유불

                 선이 상호보완적인 관계이고, 이 셋을 균형있게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삼교는 솥의 발과 같아, 그 하나만 없어서는 아니됩니다. 지금 유교, 석교(석가모니의 가르침:불

                    교)는 함께 성하나 도교는 그렇지 못하니, 천하의 도술을 갖추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42)



                   이로써 ‘실내포함삼교’에 대해서 살펴보았고, 이것은 풍류가 ‘종합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최



                 41) 이능화, 『조선도교사』, 한국학자료원, 2013, 참조.
                 42) 김부식, 『삼국사기』권21, 「고구려본기」제9, 보장왕 2년, “三教譬如鼎足, 闕一不可. 今儒·釋並興, 而道教未盛, 非所
                 謂備天下之道術者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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