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4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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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문화 분과
치원이 「난랑비서」에서 유불선의 가르침의 중요한 요소를 다시금 열거하는 것만 보더라도 이를
종합적으로 인지하고 체화하는 것을 화랑의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한 것이다.
3) 접화군생(接化群生)
마지막으로 ‘③접화군생(接化群生)’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겠다. ‘접(接)’은 표면적 접촉에서 그
치기보다 더 밀접하게 하나가 되는 것을 뜻한다. 최영성은 ‘접화(接化)’를 남녀의 교접에 빗대어
남녀의 육체와 영혼의 결합으로 새 생명이 태어나는 것에 비유하면서 ‘접화’에 담긴 핵심적 의미는
생명과 변화 43) 라고 했는데 이는 유의미한 해석이라 본다. 이 정도의 강도로 원의(原義)에 접근한
다면 ‘접화(接化)’라는 것은 거리감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인간 삶의 전반에 깊이 침투하여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감화시키기도 하며 교화하는, 그야말로 현실을 전혀 떠나있지 않은 의미로 봐야한다.
접화의 대상으로 ‘군생(群生)’은 인생이나 중생에 국한되느냐 아니면 동물과 산천초목까지도 포함
하는 모든 생명을 말하느냐 하는 것도 견해가 갈리는데, 필자는 모든 생명을 지칭하는 말이라 생각
한다. 위에서도 한 번 언급했던 최치원의 『계원필경』의 구절을 근거로 제시할 만하다.
… 상고의 풍風을 잘 일으켜서 길이 대동大同을 이루어 무릇 털을 이고 이빨을 머금은 것이나 물
속에 잠긴 것, 공중을 나는 것들까지도 모두 자비를 입어 해탈하게 한다.
이로 미루어보아 ‘접화군생’은 그야말로 ‘재세이화(在世理化)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잘 표현한
말이라 하겠다. ‘접화군생’이 미치는 범위를 생각한다면 홍익인간을 ‘홍익만유(弘益萬有)’로 봐야
할 성싶다. 전혀 이질감 없이 세상에 무르녹아서 변화를 지어내고, 널리 모든 생명을 이롭게 하는
것이야말로 ‘접화군생’이다. 그런 면에서 불교와 도교는 속세를 등지고 깨달음과 수련을 추구한다
는 점에서 ‘접’도 아니요, ‘군생’에도 한계가 있다. 유교는 현실참여를 이끌어내고 인간 사이 관계
성의 윤리덕목들을 제시하나 조선의 양반과 같은 특권층 또는 남성 위주의 문화이며, 군사력과 경
제 등의 핵심적인 현실문제에 어둡기에 ‘군생’을 접화한다고 보긴 어렵다. ‘접화군생’ 또한 풍류의
고유한 특징인 것이다.
만유생명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 풍류의 깊이와 넓이를 실로 가늠하기 어렵기에 원 뜻은 그렇다
할지라도 필자는 인간 삶을 중심으로 ‘접화군생’을 들여다보기로 하겠다. 우리 선조들은 상고로부
터 현실 속에서 인간을 감화시키고 교화를 하는 방식으로 가무(歌舞)를 즐겼으며, 가정을 이루는
것을 소중히 하고, 정치체제를 갖추어 모든 이에게 덕화가 미치도록 하였다.
가무(歌舞)를 즐긴 민족으로는 이미 널리 알려진 바인데, 이의 뿌리는 제천의식(祭天儀式)이다.
제천의례가 행해진 후 음주와 가무를 즐기며 모두가 더불어 한마음이 되고 신명나게 즐기는 축제
43) 최영성, 「한국사상의 원형과 특질 –풍류사상, 민족종교와 관련하여-」, 『한국 철학논집』 Vol.0 No.55, 한국철학사
연구회, 2017,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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