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5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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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원 「난랑비서」의 風流에 대한 고찰 이주희
가 벌어졌는데, 이는 상고시대부터 행해지던 종합예술의 장(場)이다. 『삼국지』 「위서」 오환·선비·
동이전이나 『후한서』에 보면 부여의 영고(迎鼓), 고구려의 동맹(東盟), 예의 무천(舞天) 그리고 마
한의 춘추제(春秋祭) 등의 제천의식들이 기록되어있는데, 나라마다 제의(祭儀)를 여는 시기나 형태
는 조금씩 다를지언정 공통적으로 가무백희(歌舞百戱)를 연행(演行)하였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부
여의 영고에 관한 기록을 싣는다.
음력 정월에 지내는 제천행사는 국중대회로 날마다 마시고 먹고 노래하고 춤추는데 그 이름을
‘영고’라 하였다. 44)
… 길에 다닐 때는 낮에나 밤에나, 늙은이 젊은이 할 것 없이 모두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하루 종
일 노래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45)
거룩한 제천의식을 거행한 후 연일 밤낮으로 술 마시고 노래하며 집단으로 흥겹게 어우러져 춤
추는 모습에 더해져 평소에도 노래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하니 흥의 민족이라 할 만하다.
해마다 5월에 씨뿌리기가 끝나면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무리가 모여서 노래하고 춤추며 밤낮으
로 술을 마신다. 그들의 춤은 수십 명이 땅을 밟으며 낮추었다 올렸다 하기도 하고 손과 발을 서
로 맞추는데 그 박자와 리듬이 마치 탁무와 같다. 10월에 농사일이 끝나면 또 다시 이와 같이 한
다. 46)
삼한에서 행해졌던 제천행사 때의 기록에는 춤추는 모양새가 좀 더 실감나게 기록되어 있다. 타
민족의 눈으로 봤을 때도 연일 밤낮 집단적으로 모여 음주가무를 즐기는 것이 눈여겨 볼만한 문화
였던 것이다. 놀이로, 소통의 방식으로, 하나로 단결하게 하는 힘으로 가무는 우리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삶 그 자체였다.
화랑의 덕목을 보면 ‘서로 도의를 닦고 혹은 서로 가락으로 즐거이 놀며 명산과 대천을 돌아다니
어 멀리 가 보지 아니한 곳이 없었다.’하니 가무를 즐기는 것은 수련의 방식으로도 중요한 덕목이
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가무는 각계각층에 스며들어 각 개인의 내재된 신성(神性)을 일깨우고,
하나됨을 체험하며, 수련의 방식으로도 쓰였으니 예술로 승화하여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접화
군생’의 한 예라 하겠다.
44) 『삼국지』 「위서」 오환·선비·동이전, 부여조, 참조.
45) 『삼국지』 「위서」 오환·선비·동이전, 부여조, 참조.
46) 『삼국지』 「위서」 오환·선비·동이전, 常以五月下種訖,祭鬼神,群聚歌舞,飮酒晝夜無休. 其舞,數十 人俱起相
隨,踏地低昻,手足相應,節奏有似鐸舞.十月農功畢,亦復如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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