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3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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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원 「난랑비서」의 風流에 대한 고찰 이주희
었다. 국가제도를 확립하고 실질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부국강병을 이루는 강한 힘을 부여하는 사
상체계였다.
이러한 화랑도는 신라 진흥왕 때, 선재(先在)했던 문화적 토대 기반 없이 갑자기 생겨난 것일까?
아니면 이전에 전해오던 문화를 다시 부흥시켜서 되살린 것일까?
진흥왕이 나라를 흥하게 하려면 모름지기 풍월도를 우선으로 해야한다고 생각하여, 다시 명령
을 내려 좋은 가문 출신의 남자로서 덕행이 있는 자를 뽑아 (명칭을) 고쳐서 화랑(花郞)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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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왕은 모름지기 풍월도(風月道, 풍류도와 혼용)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것은 지금 무엇인가를 처음으로 만들려 하는 것이 아니라, 풍월도라는 문화가 있었고 그것을 지금
일으켜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예로부터 전해오던 풍월도를 되살려서 화랑의 제도를 만든 것
이다. 또한 화랑들에게 세속오계(世俗五戒)를 전하였다는 원광법사에 대해 살펴보자.
원광은 곧 진한 사람이다. 대대로 해동에 살아 조상의 풍습이 멀리 계승되었다. 그는 도량이 넓
고 컸으며, 글을 즐겨 읽어 현유(玄儒)를 두루 공부하고 자사(子史)도 연구하여 글 잘한다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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름을 삼한에 떨쳤다. …
원광이 말하였다. “불교에는 보살계(菩薩戒)가 있으니 그것은 10가지로 구별되어 있다. 너희들
은 다른 이들의 신하와 자식된 자이니 능히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세속의 5개의 계율이
있으니 첫 번째는 충성으로 임금을 섬긴다, 두 번째는 효로 부모를 섬긴다, 세 번째는 친구와 사
귐에 믿음이 있게 한다, 네 번째는 전투에 임하여 물러섬이 없다, 다섯 번째는 살생을 함에 가림
이 있게 한다 이다. 너희들은 그것을 행함에 소홀함이 없게 하라.” 9)
역사에 해박했던 원광법사가 일러준 다섯 개의 계율은 원광법사가 창안한 것이 아니라 예로부
터 세상에 전하여오던 계율이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던 원광법사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국가에 충
성할 청년들에게 불교의 계율은 너희들에게 맞지 않으니 이것을 익히라고 몇몇 화랑에게 권하고
있다. 화랑에게 전하는 지침으로 불교와는 구분되는, 전승내력을 가진 고유한 가르침을 전한 것이
다.
7) 일연, 『삼국유사』권3, 「탑상」제4, 미륵선화·미시랑·진자사, 王又念欲興邦國 湏先風月道 更下令 選良家男子有徳行
者攺爲花娘.
8) 일연, 『삼국유사』권4, 「의해」제5, 원광서학, 光即辰韓人也. 家世海東祖習綿逺, 而神噐恢廓, 愛染篇章校獵玄儒, 討讎
子史文華騰翥於韓服.
9) 일연, 『삼국유사』권4, 「의해」제5, 원광서학, 光曰 “佛敎有菩薩戒其别有十. 若䓁爲人臣子恐不能堪. 今有世俗五戒, 一
曰事君以忠, 二曰事親以孝, 三曰交友有信, 四曰臨戰無退, 五曰殺生有擇. 若行之無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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