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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원 「난랑비서」의 風流에 대한 고찰 이주희
다. 한류는 그 독특한 성향이 특수한 역사적 환경을 만나 내적 동인(動因)이 강하게 일어남으로써
발휘되었다라고 유추할 수 있다. 정신과 의사이자 분석심리학의 기초를 세운 칼 구스타프 융(C.
G. Jung, 1875~1961)이 말한 ‘집단무의식에서의 원형(archetype)’과 그 ‘원형의 재현’은 이에
대한 논지를 뒷받침해준다.
“인생의 전형적인 장면들만큼이나 많은 원형(archetype)들이 있다. 이러한 경험들의 무한한 반
복은 우리의 정신적인 소인 속에 그것들을 새겨놓는다. 그것은 내용이 있는 이미지의 형태가 아
니며, ‘내용이 없는 형태’로서만 존재하다가 특정 유형의 지각과 행동 가능성을 나타낼 뿐이
다” 1)
“원시적 이미지가 의식되고 그것이 의식적 경험의 재료로 충만될 때에 비로소 그 원시적 이미지
의 내용이 결정된다” 2)
민족의 형성과 더불어 뿌리내린 문화정신은 역사와 맥을 같이 하면서 전승된다. 이는 집단이 공
유하는 무의식에서 구체적 형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잠재적인 원형의 형태로 이어지더라도 특정
한 역사적 상황과 맞물릴 때 발현되는 것이다. 시공을 초월해서 전승된 문화적 DNA는 역사의 흐
름에 발맞춰 물질적·정신적 소산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유구한 한민족의 역사를 볼 때 어찌 고유
의 사상과 정신이 없겠는가. 비록 융성과 쇠퇴의 굴곡은 있을지언정 그 뿌리 되는 문화정신이 없을
수 없다.
Ⅲ. 한국의 고유사상으로서의 風流
우리 민족의 고유사상의 흔적은 신라시대의 석학 최치원(崔致遠, 857~?)이 남긴 「난랑비서(鸞
郞碑序)」에서 찾을 수 있다.
최치원(崔致遠, 857~?)이 「난랑비(鸞郞碑)」의 서문에서 말하기를, “우리나라에 현묘(玄妙)한
도(道)가 있으니, [이것을] 일러 풍류(風流)라고 한다. 가르침의 근원은 『선사(仙史)』에 자세히
실려 있는데, 실로 곧 삼교(三敎:儒·佛·仙)를 포함하여 뭇 백성을 교화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집
에 들어와서는 효를 행하고 나가서는 나라에 충성을 하는 것이 노(魯)나라 사구(司寇: 공자)의
가르침이요, [주어진 여건 속에서] 자연 그대로 일을 하면서도 말없이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주(周)나라 주사(柱史: 노자)의 근본[뜻]이요, 모든 악(惡)을 만들지 말고 모든 선(善)을 받들어
1) 캘빈S. 홀 ·버논J. 노드비, 김형섭 옮김, 『융 심리학 입문』, 문예출판사, 2004, 66쪽.
2) 캘빈S. 홀 ·버논J. 노드비, 김형섭 옮김, 『융 심리학 입문』, 문예출판사, 2004, 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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