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P. 28
정신문화 분과
런 생각을 공유하게 된 프랑스인들이 나서서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고 마침내 1789년 대혁명을 이
루었다.
사회개혁 사상가 최제우
최제우는, 동학을 창도한 교조이기도 하지만 사회개혁사상가였다. 그의 사회사상은 조선 사회
가 구조적으로 질병에 들어 있다는 ‘사회질병설’과, 이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일대 개혁이 필요하
다는 ‘개벽사상’이 주조를 이룬다.
이런 고로 우리나라는 악질(惡疾)이 세상에 가득하여
백성들이 어느 한 철에도 편한 날이 없으니
이 또한 상해(傷害)의 운수니라.(『동경대전』「포덕문」)
아서라 이 세상은
요순지치라도 부족시(不足施)요
공맹지덕이라도 부족언(不足焉)이라
십이제국 괴질운수
다시 개벽 아닐런가
태평성시 다시 정해
국태민안 할 것이니
개탄지심 두지 말고
차차 차차 지내시라.(『용담유사』「몽중노소문답가」)
최제우가 말하는 ‘악질’은 육신의 질병 뿐만 아니라 나쁜 정치와 제도 그로 인해 탐관오리들의
발호와 타락한 유생들의 백성 수탈을 통칭한다. 한 마디로 무능하고 부패한 왕조체제의 국정농단
과 각종 적폐를 말한다. 최제우는 여기에서 개탄만 하지 말고 ‘개벽’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개벽은
한국 민족종교들이 추구한 공통적인 가치로서 압축하면 사회개혁 즉 ‘새로운 시대(上元甲)’를 뜻한
다. 하늘이 열리는 것을 개(開)라 하고 땅이 열리는 것을 벽(闢)이라 했다. 천지개벽사상이다.
돌이켜보면 최제우의 개벽사상은 사회개혁 수준을 뛰어넘는다. 무위이화(無爲而化)의 사상은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자연법사상과 맞닿는 대목이다. 하늘로부터 부여받았으나 지금은
잃어버린, 빼앗겨버린 천부인권과 인간사랑 그리고 ‘인간본연의 자아’를 중시하는 가르침이다. 그
것이 무극대도(無極大道)로 표현되었다. 이것은 오염된 물질문명과 각종 재해와 공해 그리고 타락
한 기득세력이 남긴 각종 적폐에 시달리고 있는 오늘의 한국인이 추구해야 하는 ‘신개벽 시대’의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