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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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문화 분과


                                                          특강




                                    수운 최제우의 생애와 사상




                                                                                               72) 김삼웅*


                                                 동학창도의 역사성




                   수운 최제우 선생이 1861년 창도하고 해월 선생이 승계하여 뿌리내린 동학(東學)은 흔히 서세동

                 점의 물결에 따라 밀려온 서학(西學)의 대칭개념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동학의 ‘동(東)’은 지정학적
                 대칭 용어가 아닌 우리나라 고대의 국호에서 기원한다.

                   옛부터 우리 나라는 ‘동방에 있는 나라’라고 하여 동국(東國)이라 불렀다. 중국에서는 동이(東夷)
                 라고도 하였다. ‘동’과 관련하여 많은 저술이 이루어진 것은 이것이 국호이기 때문이었다.

                   『동국여지승람』ㆍ『동국명산기』ㆍ『동국문헌』ㆍ『동국문헌비고』ㆍ『동국문헌절요』ㆍ『동국사
                 략』ㆍ『동국세시기』ㆍ『동국여지승람』ㆍ『동국지리지』ㆍ『동국통감』ㆍ『동사강목』등  일일이  헤아

                 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한의학을 동의(東醫)라 부르고,『동의보감』은 우리나라 의서를 한데 모아
                 편찬한 조선조 때의 으뜸가는 의학서를 일컫는다.

                   동학은 우리 문화, 우리 학문, 우리 철학, 우리 종교, 우리 사상을 집대성한 것으로, 결코 배타적
                 이거나 그렇다고 국수적이지 않은 시대정신이고 민족사상이고 민족종교이다.

                   수운에 의해 창도된 동학사상은 유교의 인륜, 불교의 각성, 선교의 무위와, 수운 자신의 인시천
                 (人侍天) 사상을 접화군생(接化群生)한 천도사상을 말한다. 동학의 중심개념은 인시천 즉 천인합일

                 사상으로 사람 섬기기를 하늘 섬기듯 하고(事人如天), 억조창생이 동귀일체(同歸一体)로 계급제도
                 를 부정하며,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천부인권(人乃天)을 내세우는 신앙ㆍ철학ㆍ사상의 집합체이

                 다.
                   성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조선의 봉건체제와 대립하여 수운이 창도한 동학은 개항 후 그 모순이

                 집중적으로 심화되어 온 삼남 지방을 토대로 크게 발전하였다. 동학혁명사 연구자들에 따르면, 동
                 학농민혁명은 조선 봉건체제 해체사의 최종적 도달점이며 근대조선 민중 해방운동사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된다.
                   첫째는 18세기 이후 악화된 조선왕조 양반사회의 정치적 모순, 둘째는 삼정의 문란, 셋째는 19

                 세기 이후 서세동점의 위기 속에서 국가 보위의식의 팽배, 넷째는 전통적인 유교의 폐해에 따른
                 지도이념의 퇴색, 다섯째는 서학의 도전을 민족적 주체 의식으로 대응하려는 자세, 여섯째는 실학


                 * 〈수운 최제우 평전〉저자, 전 독립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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