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P. 24

정신문화 분과


                 다. 그는 「동명왕편」 서문에서 우리나라는 신비하고 이적(異蹟)이 있는 나라로서 그 창업이 신묘하

                 다고 하였다. 일연(一然) 역시 유교의 합리주의적 사고가 지배하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삼국유사』
                 에 신이(神異)한 사적을 기록하는 〈기이편(紀異篇)〉을 첫머리에 놓았다. 한국사상사에서 우뚝한 인

                 물들이 한국사상의 신비적 성격, 나아가 영성적 측면을 문제 삼았던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접화군생에서의 ‘화’의 방법이 이성·감성·영성 세 가지임은 풍류의 ‘바람의 철학’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풍류’는 ‘바람과 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바람의 흐름’                  66) 으로 이해하는 것이 원의(原義)
                 에 가까울 듯하다. 이성적 측면에서 바람을 해석하자면, 『논어』에서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

                 의 덕은 풀이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드러눕게 되어 있다”                     67) 라고 한 말이 적절한 비유가 될
                 것이다. 지도자가 풍교(風敎)로써 백성을 이끌어 그들이 감화되고 교화됨을 말한 것이다. 바람에

                 는 사물을 변화시키는 생동력·생명력이 있다. ‘풍’에 ‘화’ 자가 결합되어 풍화(風化)라는 말이 생겨
                 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풍화’는 감화와 교화, 나아가 변화를 중시하는 유가에서 자주 쓰는 말

                 가운데 하나다.
                   바람은 기운이요 기분이다. 감성적 또는 정감적 측면에 잘 어울리는 것이 바람이다. 우리나라에

                 서는 상고대부터 재래로 시가(詩歌)나 음악·연극 등을 통해서 인심을 고무(鼓舞)하는 것을 정책적
                 으로 시행하여 왔다. 우리 고유사상인 풍류는 음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대중을 감화

                 하고 교화하는 데에는 풍류만한 것이 없다. 풍류라는 말에는 ‘큰 어울림’의 정서가 진하게 배어 있
                 다. 음악의 궁극적 목적은 ‘화(和)’에 있다. 어울림이 음악의 기본 정신이다. 이것은 유교에서도 강

                 조하는 바다.
                   바람은 영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바람은 보이지는 않지만 흔적을 남긴다. 영성이란 그런 것이다.

                 종교에서 말하는 ‘영’적인 것은 말로 된 교리와 함께 자연이나 인간에게 참다운 생명을 불어 넣는
                 구실을 한다. 생명을 불어 넣어 열매를 맺도록 하는 것이 바람이다. 풍류는 인간에게 고유한 영성

                 을 발견하여 그것을 갈고 닦으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최치원은 영성과 관련하여 ‘해’와 ‘바람’의
                 철학을 전개한 바 있다.



                    빛이 왕성하고도 꽉 차서 온 누리를 비출 바탕이 있는 것으로는 새벽해보다 고른 것이 없다. 기

                    가 온화하고 무르녹아 만물을 기르는 데 공이 있는 것으로는 봄바람보다 넓은 것이 없다. 생각건
                    대 큰 바람과 떠오르는 해는 모두 동방에서 나온다.                68)






                 66) 유(流)는 ‘흘러들다’, ‘파고들다’, ‘두루미치다’, ‘흐름이나 경향’ 등의 의미를 지닌다. 유화(流化)는 흘러서 변화시
                 킨다는 말이다. 또한 그 자체가 교화, 변화시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67) 『논어』, 「안연(顔淵)」 “君子之德, 風; 小人之德, 草. 草上之風, 必偃.”; 『서경』, 주서(周書), 〈군진(君陳)〉에서도 “爾惟
                 風, 下民惟草”라 하였다.
                 68) 『역주 최치원전집』 1, 63쪽, 「대낭혜화상비명」 “光盛且實, 而有暉八紘之質者, 莫均乎曉日; 氣和且融, 而有孚萬物之
                 功者, 莫溥乎春風. 惟俊風與旭日, 俱東方自出也.”



                 24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