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3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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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도와 수운 최제우의 무극대도  오종홍



                 이것을 백지에 그려서 불태운 다음 물에 타 먹었다.                  96)  원래 선약의 모습은 아니지만 수운도 한국

                 선도가 요구하는 선약을 득도하는 과정에서 먹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6. 하늘나라와 한알님



                   한국 선도의 또 다른 모습은 인간계와 다른 신선의 세계가 설정된다는 사실이다. 마고 선인이

                 있는 곳은 마고성이라는 곳이다. 마고 선인과 마고성 사람들이 땅에서 나오는 젖을 먹고 수명이
                 끝도 없는 비범한 모습을 띤 것을 볼 때 인간 세상의 공간과는 분명히 다른 차원의 영역이다. 갈등

                 과 번민, 생로병사의 굴레 속에서 유한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인간 세상 기준으로 보면 영원한 자유
                 와 생명이 지속되는 마고성은 하늘나라[天界]라고 할 수 있다.

                   『안함로 삼성기』는 한알님[一神]이 새벽녘               97) 의 하늘에 있다고 하였다.       98)  새벽녘의 하늘이라고
                 하였으니 일단 물리적 공간의 허공 어디쯤 되는 것으로 상정된다. 「일연의 삼성기」                             99) 는 하늘나라

                 를 전제하여 환인과 그 아들 환웅이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환웅이 세상에 뜻을 두면서
                 사람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였고 아버지 환인이 아들의 이 뜻을 알고 하늘나라의 뜻인 홍익인간을

                 가장 잘 펼칠 곳을 모색하였고 최종 선택받은 곳이 태백산이었다.
                   천하에 자주 뜻을 두었다는 말에서 하늘나라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天下는 액면 그대로 풀면

                 물리적 공간으로써 저 높은 하늘 어느 곳에서부터 내려다보이는 인간세계로 볼 수 있다. 천하 자체
                 가 인간 세상이라는 뜻이 있다. 동아시아 전통사회에서 천하는 ‘세상’을 뜻하였다.                             100)  세상은 갈

                 등과 번민, 시비 다툼으로 이루어진 인간 세상이다. 다른 말로 속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신선
                 인 환웅천왕이 구원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환웅이 천하에 자주 뜻을 두고 있다고 했으니 환인과 환웅은 천하에 있지 않고 다른 공간
                 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공간은 무엇일까. 하늘나라라고 하였지만, 속세인 천하와 대비

                 되는 곳이니 갈등과 번민, 속박, 시비판단이 없는 신선의 세계, 신선의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삼일신고』 「천훈」 에는 하늘나라고 할 수 있는 하늘[天]을 그리고 있다. 푸르다고 하늘이 아니

                 고 검다고 하늘이 아니고 하늘은 형태와 질량이 없고 처음과 끝이 없으며 위와 아래도 없고 텅 비어

                 96) 『동경대전』 「포덕문」 『용담유사』 「안심가」.
                 97) 여기서 한자, ‘斯白力’에 대하여 시베리아라는 설 등이 있지만 ‘새벽녘’을 음차한 것으로 본 연구에서는 해석하였
                 다.
                 98) “吾桓建國最古有一神在斯白力之天(『안함로 삼성기』)”
                 99) 『삼국유사』 「고조선기」를 말한다. 「고조선기」는 『위서』와 『고기』를 인용하여 환인->환웅->단군의 三聖人과 각각
                 의 나라 역사를 신화형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흔히 이것을 ‘단군신화’로 부르는데 여기에는 단군만이 아니라 그 이전의
                 환웅과 더 이전의 환인까지 다룬 엄연한 역사기록이라는 점에서 본 논문에서는 『삼국유사』 고조선기 저자인 일연승려
                 의 이름을 따 「일연의 삼성기」라고 부른다.
                 100) 『장자』 「소요유」에는 요임금이 천하를 허유에게 양도하겠다고 하고, 천하를 다스리고 천하의 백성을 다스려 해내
                 를 평안케 하는 정사를 펼쳤다는 표현이 있다(堯讓天下於許由...夫子立而天下治...堯治天下之民,平海內之政). 여기서
                 천하는 인간의 세상을 뜻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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