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9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P. 239
한국 선도와 수운 최제우의 무극대도 오종홍
氣로 해석된다. 마고성에는 소리를 관장하는 4명의 천인이 있었고 이들은 피리[管]를 쌓아놓고 소
리를 조절하였다[堤管調音]. 또한 마고성을 나가 천산으로 들어간 마고 직계 후손 황궁씨가 마고성
의 근본을 회복하기 위하여 길게 소리를 내어 소리를 조절하였다[長鳴調音]고 하였다. 이때 소리를
조절하는 악기가 피리[管]다. 피리 소리는 선도에서 신선이 신선의 음악 소리를 나타내는 상징물이
다. 고구려 5회분 4호묘 벽화는 신선들을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오는데 신선이 피리를 부는 모습도
그려져 있다. 한국 선도에서 소리와 피리로 대표되는 악기는 중요한 요소다.
한국 선도에서 나타나는 악기와 소리의 사례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마한에 신녀 보덕이 바람을 타고 다니며 거문고를 안고 노래를 부르니 그 모습은 가을 물의 부
용과 같이 아름다웠다. 이 이가 영랑의 도를 이어 받았다.” 77)
마고 선인이 8려의 소리에서 나왔고 피리로 소리를 조절하여 선계인 마고성을 지켜나갔는데 보
덕 신녀는 거문고라는 악기로 소리를 내며 노래를 불렀다고 하였다. 보덕 신녀가 가을 물의 부용과
같이 아름다웠다고 하였는데 거문고 소리와 노래 이후에 그렇게 된 것이다. 이는 거문고 소리와
노래가 일상의 것이 아니라 생명 창조의 근원에서 나오는 신령한 소리라고 할 수 있다. 마고성의
율려 소리 78) 로 볼 수 있고 보덕 신녀에게도 마고 선인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소리는 내는 것으로 원래는 하늘의 소리가 진정한 소리다. 수운의 무극대도도 주문 21자 79) 를
소리 내서 반복하는 가운데 한알님 체험을 기원한다. 특히 수운은 주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한알님과 합일되도록 하였다. 주문 21자 중에 侍天主의 천주를 모신다는 侍는 밖으로부터 氣로 화
하고[外有氣化] 안으로는 신령이 있다[內有神靈]는 뜻을 담고 있다. 또 造化는 無爲而化를 뜻하는데
수운은 자신의 도를 무위이화라고 하였다. 80) 무위이화는 내가 사라지고 한알님이 나를 지배함으
로 내가 행위를 하여도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한알님이 하는 것으로 저절로 그리되는 것이다. 아울
러 定은 한알님의 덕과 합하[合其德]고 한알님의 마음에 고정되었다[定其心]는 뜻을 담고 있다. 이
것도 역시 나는 존재하지 않고 한알님만 있다는 것으로 작은 나가 사라지고 대아로 다시 태어나
우주와 하나가 되었다는 말이다. 이것을 수운은 『검결』에서 “개으른 무수장삼 우주에 덮혀 있네.”
라고 노래하였다.
이러한 주문은 신령한 소리가 되어 무한 반복하는 가운데 잡념이 사라지고 결국 한알님의 음성
77) 이규경, 『오주연문장전산고』 13,23·51·74~75쪽(임채우, 『한국의 신선 그 계보와 전기』, 소명출판, 2018, 86쪽
에서 재인용).
78) 부도지는 8려지음을 율려로 대체하여 표현하기도 한다. 율려의 소리로 볼 수 있는 기록이 최근 한국 선도 역사에서
도 보인다. “공은 鳥獸의 말을 알아들었고 산중에 들어가 律管을 불면 조수가 따라왔다...(위 임채우, 247쪽.)”
79) “至氣今至願爲大 降, 侍 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동경대전』 「주문」)
80) “曰吾道無爲而化矣(『동경대전』 「논학문」)
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