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2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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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문화 분과


                 하여 사람의 몸을 이루어 단수신과 결혼하여 단군왕검을 낳았다고 하였다.                            93)  환웅천왕이 수행의

                 마지막에 약을 먹음으로써 선을 이룬 것과 같은 구조의 이야기다. 환웅천왕의 손녀가 약을 먹고
                 사람을 이루었다는 것인데 여기서도 약이 근본적인 탈바꿈을 하는데 결정 역할을 한다.

                   「일연의 삼성기」는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으로 탈바꿈하였다. 반면에 『제왕운기』는 환웅
                 천왕의 손녀라는 신이 약을 먹고 사람으로 바뀌었다. 이 이야기의 공통점은 약을 먹었다는 것이고

                 그 결과 사람으로 탈바꿈하였다는 것이다. 『부도지』의 지유, 삼근영초나 환웅천왕이 먹은 약, 그
                 손녀가 먹은 약, 곰이 먹은 쑥과 마늘 모두 仙藥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선도에서 선약을

                 먹는 전통은 마고 이래 꾸준히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선도는 선약을 먹어 선인, 신선이 되는 방법 외에 火食보다는 生食한 것으로 나타난다. 일제 침략

                 기인 서기 1923년 8월 12일에 함경도 함흥군 운전면 본궁리에서 손진태가 김쌍돌이라는 할머니
                 무당에게서 채집한 ‘창세가’로 이름 붙인 巫歌가 있다. 이 무가는 운전면에서 고을 굿을 할 때 무당

                 이 구연한 것이라고 한다. 천지창조에 참여한 미륵님이 남성 중심의 시대로 접어든 석가모니 시대
                 이후까지 활동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94)  물[水]은 물론 불[火]도 알아내고 인간도 미륵님이 이 세상

                 에 나오게 하였다. 해와 달 그리고 별을 주관하고 천지창조를 하는 거인으로 묘사되는데 火食이
                 아니라 生食을 하였다. 이미 신격을 갖추고 있지만 미륵님이 생 낱알을 먹었다는 것이다.



                    “미럭님 歲月에는 生火食을 잡사시와,

                    불안이넛코 생나달을 잡사시와”            95)



                   앞 구절은 불에 익힌 음식을 먹었다[火食]고 하였는데 화식 앞에 生자가 붙어 있어 문장이 어색하
                 다. 生은 화식과 반대되는 말로 보이는데 화식이라는 말이 바로 뒤에 붙어 있으니 앞뒤 모순을 이룬

                 다. 생식과 화식을 동시에 하였다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반면에 두 번째 구절에는 확실하게
                 불을 안 넣고 생 낱알을 먹었다고 하였다. 이렇게 볼 때 미륵님이 본래 생식을 하였다는 것에 무게

                 가 더 실린다. 한 문장에 생식과 화식이 모순되게 나온 것은 무가라는 것이 글이 아니라 스승과 제
                 자 사이에 입을 통해 말로 전해지다 보니 그 과정에서 바뀐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수운에게 선약은 靈符로써 태극의 형상 또는 弓弓의 글자 형태를 띠었다. 한알님이 시키는 데로

                 93) 김경수 역주, 『제왕운기』, 도서출판 역락, 1999, 136쪽.
                 94) 이 「창세가」는 미륵님 세월과 석가님 세월로 크게 나누어지며 미륵과 석가는 서로 섞일 수 없는 대립관계로 그렸다.
                 석가님이 미륵님 세월을 속여 빼앗아서 미륵님은 떠나고 석가님 세상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미륵님과 석가는 분명하게
                 다르고 서로 원수이고 적대관계에 있는데 이 이야기는 김쌍돌 무당의 구전으로만 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성호 이익의
                 『성호사설』에도 나온다. 『성호사설』에 따르면, 수년 전 해서의 한 촌부가 갑자기 미륵불이 강림하였다며 미혹되고 거짓
                 된 말을 많이 하였다고 하였다(數年前海西村婦忽稱彌勒降臨言多幻妄, 『星湖僿說』, 「星湖先生僿說卷之十七」, 人事門, 彌
                 勒佛). 촌부에게 강림한 미륵님은 일종의 신으로서 한국 선도의 중요한 요소인 接神현상을 보여준다. 수운 최제우도
                 접신으로 무극대도가 시작된다. 이런 점에서 「창세가」의 미륵님은 천지를 창조한 궁극적 실재로서 한국 선도 신의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95) 손진태, 『조선신가유편』, 향토연구소, 소화 5년,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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