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7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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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도와 수운 최제우의 무극대도 오종홍
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선도의 특징은 환웅천왕 시대의 자부 선인에게서 이미 보인다. 자부 선인은 발귀리의
후손인데 나면서부터 신에 밝았고 도를 얻은 후에는 날아올랐다 108) 고 하였다. 개운조사가 한국
선도를 잇고 있음을 자부선인의 이야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應物無迹과 不擇善惡
1) 응물무적
수운도 이 같은 심신완성의 선도를 이루었다. 마음의 완성은 신선의 마음이 본래 텅 비어 있으니
무엇을 접해도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말에서 찾을 수 있다[心兮本虛 應物無迹]. [수운은 “마음이 본
래 텅 비어 있어 사물에 반응하지만, 흔적은 없다고 하였다.” 109) 마음이 텅 비어 있다는 것은 만물
이 마음에 왔다 가지만 얽매이지 않는다고 풀이할 수 있다. 이러한 상태는 다른 말로 “사물을 깨끗
하게 비추는 투명한 유리가 되어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지만 이 세상에 마치 그 사물만 존재
하는 듯” 110) 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心兮本虛 應物無迹” 은 본래 『논어집주』에서 정이천이 공자가
언급한 극기복례를 풀면서 나온 말이다. 공자는 극기복례를 이루는 길을 보는 것, 듣는 것, 말하는
것, 행위 하는 것 네 가지로 제시하였다. 즉 례가 아니면 보지 말고, 례가 아니면 듣지 말고, 례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례가 아니면 행하지 말라고 하였다. 정이천은 이것을 視箴, 廳箴, 言箴, 動箴의
네 가지 경계해야 할 것으로 나누고 視箴에서 “心兮本虛 應物無迹”을 설명하였다. 111) 수운은 이 구
절을 인용하여 자신의 도를 이룬 상태의 한 모습으로 제시하였다.] 112)
통상의 마음은 어떤 사물을 접하면 그것에 대한 과거의 경험을 투사하여 생각을 일으킨다. 대개
좋음, 또는 싫음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분별하는 것으로 분별에 따라서 관련된 일들이 연상작용을
통해서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것은 이러한 사물을 접하여도 사물에 관련한
생각, 감정들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고 설사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다.
아무것도 마음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비어 있다는 것이고 이는 깨끗하고 고요하다 113) 는 것이
다.
108) “紫府先生 發貴理之後也 生而神明 得道飛昇(『태백일사』, 「소도경전본훈」).”
109) “心兮本虛 應物無迹(『동경대전』 「탄도유심급」).”
110) 위베르 망시옹. 스테파니 벨랑제 지음, 권지현 옮김,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 흐름출판, 2012, 60쪽.
111) 朱熹, 『刻校 論語集註』, 觀文堂
112) [] 안은 졸고 「불택선악으로 본 수운 최제우의 하날님」, 석사학위논문 2022, 25쪽에서 인용 발췌한 것이다.
113) 조선 시대 임진왜란 때 왜적을 물리친 홍의 장군으로 알려진 곽재우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가 남긴 시
중에는, “守靜彈琴心澹澹” 이라는 표현이 있는데(이능화 집술, 김종은 역주, 『조선도교사』, 보성문화사,1977, 245쪽),
“고요함을 지키고 거문고를 타니 마음이 고요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운의 무극대도 핵심이 고요함인데 곽재우가
닦은 선도의 핵심과 같다는 점에서 수운의 무극대도는 한국 선도를 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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