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5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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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도와 수운 최제우의 무극대도 오종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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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독교(천주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수운의 죽음과도 같은 종교체험
으로 깨달은 한알님의 속성 자체 때문이라는 견해가 늘어나고 있다. 수운 자신도 자신의 도를 이제
도 들어 본적이 없고 예전에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일이며, 지금도 비교할 수 없고 예전에도 비교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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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없는 법이라고 하여. 자신의 도가 고유하다는 것을 밝혔다.
체험으로 터득한 한알님을 유교, 불교, 도교 및 기독교에 비추어 보니 수운의 한알님 안에 이들
종교가 추구하는 궁극적 실재가 모두 들어있다. 수운이 득도를 한 뒤에 1년여 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교, 불교, 도교 및 기독교적 지식과 이성으로 점검하고 증명해 보니 자신이 얻은 도가 주관
적인 망상이라거나 한때 왔다가 사라지고 마는 일시적인 환상 경험이 아니라는 것이다. 체험 속에
서 보이는 증상들이 유교, 불교, 도교, 기독교적 요소와 같다는 인식에 이르렀다.
그런데 기존의 비교학적인 연구는 궁극적 실재의 보편적, 일반적 속성인 초월, 내재, 초월적 내
재, 인격, 비인격성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춘 경향이 짙다. 수운은 종교체험 전과, 체험할 당시와
자신의 체험을 1년 동안 검증하고 난 이후, 그리고 도를 전하는 전 단계에 걸쳐 仙道 를 주장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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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선에 관한 언급은 수운이 한알님을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仙語 를 시작으로 仙藥,
仙風, 仙風道骨, 仙緣, 仙, 仙酒, 地上神仙, 仙臺, 仙境, 仙分, 神仙, 삼신산 불사약 등 선도 용어가 수운
이 남긴 『동경대전』과 『용담유사』 곳곳에 나온다.
동학은 수운의 종교체험으로 시작하는데 종교체험은 신선의 말로 시작하였다. 이는 수운이 깨
달은 무극대도가 선도였음을 보여준다. 수운은 종교체험을 통해서 만난 존재를 천주, 상제, 한알
님, 지기 등으로 표현하고 있으나 종교체험 첫 부분에서 신선의 말이 있어 귀속으로 들어왔다는
주장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처음 접한 존재는 천주, 상제가 아닌 신선이다. 이 같은 사실은 수운이
종교체험을 하기 전에 금강산 갔을 때 꿈속에서 만난 한 노인과의 대화에서도 알 수 있다. 이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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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대화 내용을 볼 때 신선이다. 비록 꿈속이지만 가장 먼저 만난 존재가 신선이라는 점이다. 따라
서 수운이 얻은 무극대도의 뿌리가 선도였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선도로써 수운의 무극대도는 접신
과 기운 그리고 고요함과 이를 통한 무위이화를 본질로 한다.
수운의 무극대도가 선도였음을 직접 밝힌 기존 연구로는 김대훈의 「동학에 계승된 선교(仙敎)와
그 사유체계」 라고 할 수 있다. 김대훈은 수운의 동학이 한국 선도의 부활이었다는 견해를 펼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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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1995. 188쪽에서 재인용).
4) 수운의 한알님을 보는 관점이 천주교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견해는 石井壽夫(「역사학연구」(1941), p42, 李瑄
根)(『한국독립운동사』, p.87), 윤성범(『기독교와 한국사상』, p.213)있다(이찬구, 「동학의 신관에 관한 문제」, 『종교문
화연구』, 한신대학교종교문화연구소, 2002. 137쪽 주석에서 재인용). 申福龍, 『東學思想과 甲午農民革命』,(平民社,
1985), p.21, 239. 金庠基, 『東學과 東學亂』,(大成出版社,1945), pp.22-23, 41-49 이들 기록에서는 동학사상이
외래의 道ㆍ佛ㆍ儒 사상은 물론 기독교의 사상까지 혼합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위 안창범, 188쪽에서 재인용).
5) “曰吾道今不聞古不聞之事 今不比古不比之法也(『동경대전』 「논학문」)”
6) 선도는 神仙道라고도 표현하기도 하는데 본 논문에서는 仙道로 표기한다.
7) 『동경대전』 「포덕문」은 “어떤 신선의 말씀이 있어 갑자기 귀속으로 들어왔다(有何仙語 忽入耳中).”라고 하였다.
8) 『용담유사』 「몽중노소문답가」
9) 김대훈, 「동학에 계승된 선교(仙敎)와 그 사유체계」, 『동학학보』 제49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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