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3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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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사암각화에 반영된 공동체 의식 박선식
서만 논의하는 데 그칠 수 없게 된다. 삶을 달리한 어린 영혼을
추도하고, 그리워하는 애틋한 정서를 반영한 추억의 기록성을
지녔다고 할 만하다.
한편 주암면의 최상부 중앙의 부위에서는 또 다른 인물도상
(필자 지정:우13)을 확인하게 되는데, 해당 인물은 무릎을 다소
굽히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이제껏 적지 않은 인물도상들을 살
폈지만 이 우13의 인물처럼 무릎을 굽힌 경우는 없었다. 그렇다
면 암각작업자의 서툰 솜씨의 탓으로 잘못 표현된 것일까? 필자
는 그렇지는 않고 구태여 무릎을 굽히게 표현한 속내가 있으리
그림 18 필자가 구획한 라는 소견이다. 추론컨대 이 우13은 선사 당시의 가장 노쇠한 노
2-상 부위에서 확인되는 인면상 약자를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확언하긴 어렵지만 무릎이 굽
(자료 출처:동국대 출판부 /
어지도록 한 생을 고생만 하고 지내온 선사 사회 속의 노약자 또
『盤龜臺岩壁彫刻』)
는 신체 쇠약자로 이해된다. 32) 문제는 이 우13인물은 어째서 쇠
약한 상태에서 두 손을 모아 입 가까이 대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겠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한 모습
은 ➊ 멀리 누군가에게 소리치듯 보이게 표현된 것일 가능성 ➋ 누군가에게 시선을 일치시키고 두
손으로 마치 기도하며 염원을 표현했을 가능성 두 가지를 모두 느끼게 하고 있다. 필자는 이 부분의
해석에 확언할 만한 단서나 관점은 지니고 있질 못하다. 따라서 필자는 두 가지 모두의 가능성이
함께 복합적으로 표현되었을 수 있다는 매우 소박한 느낌을 느낄 뿐이다. 다시 말해 노쇠하거나
신체의 기능이 약해져 무릎을 굽힐 수밖에 없는 선사 당시의 어느 노약자가 누군가를 바라보면서
소리를 치고 동시에 마치 기도하듯이 두 손을 모으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견해이다. 결국 해당 인물
도상이 지향하고 있는 시선의 끝에 존재하는 다른 도상과 이루어지고 있을 상호작용적 메시지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관점으로 살펴 볼 필요성을 느낀다.
5) 대곡리 암각화의 최상부의 인물군상으로 읽는 弘益指向性의 共同體意識
울주 대곡리암각화의 주암면에서 가장 윗부분에서 찾아지는 세 인물도상(우11, 우12, 우13)은
상호관련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들 세 인물도상이 각기 바라보는 시
선을 살펴보면 흥미롭게도 그 시선은 거의 한 것으로 일치된다. 곧 시선의 일치양상을 읽어낼 수
32) 적지 않은 연구자들이 이 무릎을 굽힌 사람을 두고 실로 다양한 견해를 드러낸 바 있어 참고가 된다. 김원룡은 초기
에 바다짐승을 잡는 어로 활동에 관련된 사람으로 이해하였지만, 뒤에 ‘어부 사냥꾼의 대표 신상’으로 주장하는 바를
바꾸었다.(「울주 반구대암각화에 대하여」, 『한국고고학보』9, 서울:한국고고학회, 1980.)
정동찬은 ‘주술적인 기도를 하는 사람’으로 이해했고, 이태호는 ‘고래잡이를 주도한 대장’으로 보면서 동시에 ‘제사장
이나 부족장’으로도 이해했다. 또한 김열규는 ‘남성알몸 숭앙’이나 ‘알몸의 남성 상징숭앙’과 결부시키면서, 대지의
여성원리와 성적교구를 촉구하는 것으로 보기도 했다.
장석호, 「동북아시아 속의 대곡리 암각화」, 『북방사논총』5호, (서울:고구려연구재단,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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