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8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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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문화 분과
필자가 제시한 홍익지향성은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하부에 이어 연속으로 표
현된 시선일치의 집단적 인물도상이 그러한 관념을 뒷받침하여 설명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그
러한 홍익지향성을 담은 공동체의식은 이후 한국의 연해지역마다 연희되던 풍어제나 관련한 굿놀
이의 원형적 바탕을 이루었을 개연성을 느끼지만 관련한 상론은 유보하고자 한다. 인물도상에 있
어 개인도상의 경우는 춤을 추거나 피리를 부는 등의 비교적 개별화된 삶의 양태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군집으로 이해가 가능한 연관된 인물도상들은 일정한 시선의 일치를 통해 합일된 의지의 반
영을 드러내고 있다고 판단이 가능하다. 가장 뚜렷한 사례는 주암면의 최상부에서 확인되는 向우
측방의 어로작업선을 향해 가장 근거리에 있는 사람은 춤을 추며 어로작업으로 항행하는 사람들
의 무운과 무사귀환을 빌고, 중간 지점의 사람은 두 손을 모아 역시 무운과 무사귀환을 바라는 마음
을 소리로 나타내고, 맨 뒤의 사람은 기다란 막대처럼 보이는 취주악기(피리)를 통해 역시 같은 마
음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되는 모습이 그러하다.
다시 간추려 요약하자면 필자는 대곡리 암각화의 최하부에서 바닷가 연안에 이룩된 선사사회의
운영원리가 수척한 남성으로 상징화된 원로에 대한 존경의식이 바탕이 되어 작동되었을 개연성을
느낀다. 그리고 그러한 공동체의식이 충만한 선사사회의 정황이 대곡리암각화의 중부에 표현된
궁수소집단에도 역시 존재했고, 마침내 최상부의 인물군들이 向서측방의 어로선을 향한 집단적
안녕기원의 관념이 상징화되어 전체 구성원 모두가 행복을 견지하는 공동체의식이 충만하였고,
그 충만된 공동체의식에는 모두에게 보탬이 되는 것에 관한 지극한 일체감인 弘益指向性이 녹아
있었다고 이해하고자 한다.
전체의 구성원들이 한가지의 시선과 기원을 모으고 있는 도상의 이미지는 당시를 살고 있던 전
체 구성원들이 공통의 이익을 공유하려던 홍익지향성을 반영한 공동체의식이 표현되었다고 이해
함이 크게 무리는 아니라는 소견이다.
2. 천전리 암각화에 담긴 문화상과 만물번성의 소망
1) 천전리 암각화의 도상구성과정
필자는 대곡리 암각화에서 그 主岩面의 바닥이 약 13도 기울어진 현지 여건을 고려하여 선사당
시의 암각미술행위가 가장 안전한 부위로부터 시작됐을 것을 상정하여, 그에 따른 구성과정을 추
론하였다. 그런데 천전리 암각화의 경우, 그 구성과정은 전혀 다른 양상이다. 무엇보다 암면의 하
부 바닥이 거의 평평한 상태이고 최상단의 가로면이 전체적으로 하부에 비해 앞으로 내밀어 있다.
곧 옆에서 보아 최상부가 최하부에 비해 돌출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암각도상의 구성은 최하부에 신라시기의 왕경귀족에 관한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
서 상고시기의 암각미술행위는 전체적으로 암면의 중앙부 이상에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암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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