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2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P. 172
정신문화 분과
그림 16 필자가 구획한 2-상 부위에서 그림 17 중국 음산(陰山)지역에서 확인된
확인되는 인면상 숱한 인면상의 집체 양상
(자료 출처:동국대 출판부/『盤龜臺岩壁彫刻』)
또한 이행구성 2과정의 암면에는 매우 이례적인 인면상이 또 존재하여 주목하게 된다. 필자가
구획한 2-상의 부위에서 확인되는 이 인면상을 두고, ‘위가 좁고 볼이 넓은 편이며 눈, 코, 입이 뚜
렷한 웃는 얼굴로 가면으로 볼 수밖에 없다. 기법은 線쪼으기이다.’ 30) 는 설명이 참고가 된다. 그런
데 이 인면상을 두고 가면으로 보는 데는 신중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그 이유는 중국의 음산(陰山)
지역에서 매우 많은 수의 인면상이 집체적으로 표현된 암각화가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31) 중국 음
산의 인면군상과 울주 대곡리의 인면상이 그 개체수에 있어 엄청난 차이가 있고, 중국 음산의 경우
웃는 듯 보이는 인면상은 물론 어딘지 모르게 우는 듯이 보이는 인면상 게다가 시무룩한 표정의
인면상 등이 실로 복잡하게 뒤섞여 있어 그 성격을 곧바로 일대일 대응시켜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느껴진다. 하지만 적어도 중국의 음산 지역에서 확인된 숱한 인면상들을 모두 가면으로 볼 수가
없다는 점일 터이다. 그래서 울주의 인면상은 단독 개별도상으로 이해되기 때문에 가면으로 볼 여
지가 아주 없지는 않다. 그러나 만약 가면의 기능을 지닌 의미로 암각이 되었다면 그 얼굴의 규모가
너누 작다는 느낌 때문에 과연 그토록 작은 규모로 가면의 의미를 반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
서 필자는 이 인면상이 선사 당시에 불행하게 삶을 다하지 못한 어느 아이의 평소 웃던 모습을 암각
미술작업으로 남긴 것으로 추론해볼 여지를 느끼게 된다. 그러한 추론이 더욱 보완된 자료로 살펴
질 일이겠으나, 같은 대곡리암벽의 하부에서 두 눈물줄기가 표현된 듯이 보이는 인면상의 존재를
대조하면, 울주지역의 선사공동체 안에서 울고 웃으며 지내던 여러 사람들의 표정의 하나일 수 있
다는 추정은 너무 자연스러울 수 있다.
만약 필자의 추론대로 선사공동체 안에서 지내던 어린 아이의 평소 웃던 모습이 고스란히 반영
된 인면상이라면 울주대곡리 암각화는 다분히 수렵과 어로 중심의 생활암각화라는 국한된 성격에
30) 黃壽永·文明大 著, 앞의 책, P. 238.
31) 盖山林, 『陰山岩畵』, (北京:文物出版社, 1986), P. 294.
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