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7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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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사암각화에 반영된 공동체 의식 박선식
한편 대곡리 암각화에서 아롱범이 본래 모습대로 표현된 점은 당시 대곡리의 점유인들이 아롱
범을 산채로 포획하고자 하던 생업적 소망이 담긴 결과로 이해된다. 그런데 함경남북도일원에 적
지 않게 퍼져 이루어졌던 단군제 풍속은 많은 점을 고민하게 한다. 25) 적어도 도이로 지칭되던 사회
의 사람들의 수장이 단군왕검 등 문헌상의 상고시기 지도자의 영도하에 움직였다면 그들의 한 이
동로는 한반도의 함경북도를 경유하고 고성 문암리에 이은 한반도 동남부연안지역인 지금의 울산
지역과 연결되었을 개연성이 느껴진다. 그러한 추론은 기본적으로 『고촌선생문집』의 기록에서 보
게 되는 단군의 바닷가 순행기사를 고려한 것에서 비롯된다. 또한 근대기에 檀君祭 풍속이 널리 펼
쳐졌던 함경남북도 연안지역을 고려해본다면 상고시기의 단군일행은 역시 함경남북도 지역과 연
관되었을 수가 있겠고, 고성 문암리와 울산에 이르는 연안을 이용한 뒤 남해에서 非天生이라는 인
재를 얻어 그를 장차 남부 해양질서의 중심에 두었다는 상정이 가능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
게 된다.
3) 아롱범과 弓手수렵소집단 그리고 수척한 인면도상이 지닌 관계성
필자의 대곡리 암각화 구분안의 시초구성과정에서 아주 눈길을 끄는 인물도상이 확인되고 있어
신중하게 된다. 곧 역삼각형모습의 외곽선을 지닌 인면상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이 인물도상은 마
치 2등변 삼각형을 거꾸로 보는 듯 느낌을 연상시키는 안면의 외곽선으로 표현된 인면상이다. 이
인면상의 산출치수는 다른 인물도상에 비해 크다. 안면체장의 세로방향 길이는 18.4㎝로 산출되
고 최대 안면폭은 12.3㎝로 산출된다. 같은 2-하에 암각 표현된 우2의 인물도상이 지닌 체장이
12.3㎝의 길이로 산출된 것을 비교해보면 해당 도상의 안면 길이만 1.49배나 길게 표현된 점을
알게 된다. 26)
25) 관련된 보고서(文化公報部 文化財管理局, 『韓國民俗綜合調査報告書』第十二冊, (서울; 서울신문사 출판국, 1981)에
따르면, 함경북도의 경성군과 명천군 그리고 길주군과 무산군 등은 물론 함경남도의 단천군과 갑산군 등지의 함경남북
도 일원에서 적지 않게 단군제 풍속이 존재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단군제 풍속이 선사 당시의 풍속과
연결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단군제 풍속을 상고시기 단군의 행보와 일치시키는 데는 신중한 검토가 따를 문제
이다. 다만 『고촌선생문집』의 기사에서 보게 되는 단군의 남해방향 순행의 내용에서 단군이 后土에게 제사를 지낸 점이
확인되는데, 함경북도 明川郡의 ‘府君山祭祀’의 축문에 ‘后土之助’의 가호를 염원하는 문구가 보이는 점은 희미한 연계
성을 추론할 근거일 수도 있겠다는 소견을 부른다. 또한 웅기 굴포리 등지의 신석기 유적에서 확인된 여성형상 조각품
등에 견주어 멀리 동남연해안인 울산지역에서 역시 발굴로 여성형상 토제품 등이 확인된 점이 눈길을 끈다. 한반도
동북지역에서부터 동남지역에 이르는 물질문화의 교섭을 희미하게 유추하게 하는 단서로 여겨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한 물질문화의 교섭로 추정에 있어 이미 거론한대로 함경남북도의 檀君祭 풍속의 존재양상과 연계하여 차분하게
살펴봄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6) 동국대학교 보고서(『盤龜臺岩壁彫刻』1984)에는 해당 인면상의 頭高가 14.5㎝로 제시되고 있어 소중한 참고가
되고 있다. 필자는 최근의 보고서(『대곡천 암각화군 』(上, 종합조사연구보고서), 대전:국립문화재연구소, 2019)에 제
시된 주암면 도면과 그 기준척도를 준용하여 각 도상들의 길이를 비례식으로 산출하였지만 동국대학교의 학술보고내
용과 비교하여 느끼게 되는 차이는 이후에 반드시 수행되어야 할 검토과제로 느낀다. 각 자료에 관한 상호비교에 따른
정밀한 보정의 수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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