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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문화 분과


                     2. 전불시대(前佛時代) 불교 묘맥과 불국토사상




                   신라에는 고구려나 백제에 비해 불교가 늦게 전래하였다. 신라에서는 불교 전래 이후 ‘불교의
                 토착화’가 현안 문제의 하나로 내려왔다. 백성들에게 신라 땅이 본래 불국토(佛國土)였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일이 중요하였다. 국가를 운영하는 데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불국토사상
                 은 이런 배경 속에서 나왔다.

                   석가모니 이전(前佛時代)에 이미 신라에 불교가 있었다는 설화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불교가 우리의 종교라고 믿기에 이르렀다. 『삼국유사』에서는 신라의 서울에 전불시대(前佛時代)

                 의 일곱 개 가람터가 있었다고 하였고, 또 아쇼카(Asoka) 왕이 만들다가 실패했던 불상이 전불시
                 대부터 불교와 인연 있던 신라 땅에서 완성을 보았다고 하였다. 전불시대 일곱 가람 가운데 하나인

                 황룡사에 가섭불(迦葉佛)이 설법하던 연좌석(宴坐石)이 있었다는 전설도 있다. 이런 것들은 후대에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왜 이런 설화가 나오게 되었는지를 살피는 것이 우선되

                 어야 한다고 본다.
                   불국토사상은 초기에는 신앙적 차원에서 출발하였다가 나중에는 『화엄경』 등 여러 경전을 근거

                 로 이론적 뒷받침을 갖추어 나갔다. 최치원의 ‘포함삼교’ 설에는 신라 불국토사상이 밑바탕에 깔
                 려 있다. 다른 여러 글에서도 많이 언급되었다. 이전 시기 자장(慈藏) 등에게서 볼 수 있는 설화적

                 수준에 머물지 않고 상당히 학술적 색채를 띠는 것이었다.
                   최치원은 불교와 관련된 여러 원문(願文)·찬문(讚文)·비문·기문(記文) 등을 찬하면서, 우리 고유

                 사상을 불교와 관련시켜 해석하였다. 「지증대사비문」 첫머리의 한 대목을 보자.



                    오상(五常)을 다섯 방위로 나누어 동방(動方: 東方)에 짝지어진 것을 ‘인(仁)’이라 하고, 삼교에
                    명호(名號)를 세워 정역(淨域)을 나타낸 것을 ‘불(佛)’이라고 한다. 어진 마음이 곧 부처이니〔仁

                    心卽佛〕, 부처를 ‘능인(能仁)’이라 일컫는 것은 당연하다. 해돋는 곳〔郁夷〕의 유순(柔順)한 성
                    원(性源)을 이끌어 가비라위(迦毘羅衛)의 자비의 교해(敎海)에 이르도록 하니, 이는 돌을 물에

                    던지는 것〔石投水〕 같고, 빗물이 모래를 모우는 것〔雨聚沙〕처럼 쉬웠다. ⋯⋯ 사성(四姓)이 석
                    가의 종족에 참여하고 임금〔寐錦〕 같은 존귀한 분이 삭발하기도 하였다. 언어는 범어(梵語)를

                    답습하여 혀를 굴리면 다라(多羅)의 글자가 많았다. 이는 곧 하늘이 환하게 서방을 돌아보고〔天
                    彰西顧〕, 바다가 이끌어 동방으로 흐르게 한 것이니, 군자의 고장에 부처의 도가 나날이 깊어지

                    고 날로 깊어지게 될 것이다.         27)





                 27) 『역주 최치원전집』 1, 257-259쪽, 「지증대사비명」 “五常分位, 配動方者曰仁〔心〕, 三敎立名, 顯淨域者曰佛. 仁心卽
                 佛, 佛目能仁則也. 道郁夷柔順性源, 達迦衛之慈悲敎海, 寔猶石投水, 雨聚沙然. ⋯⋯ 加姓參釋種, 遍頭居寐錦之尊, 語襲梵
                 音, 彈舌足多羅之字. 是乃天彰西顧, 海引東流, 宜君子之鄕也, 法王之道, 日日深又日深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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